유증 이후 주가 하락…전환가액보다 낮아
연이은 회사채 미매각으로 차환 발행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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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의 신종자본증권 전환사채(영구CB) 콜옵션(매도청구권) 만기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다가온다. 해당 채권 물량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CGV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주식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콜옵션 대비를 위한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 CGV 지난 2021년 6월 '씨제이 씨지브이32CB(신종)' 3000억원, 2022년 7월 '씨제이 씨지브이35CB(신종)' 400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해당 CB 2종 모두 만기는 30년이지만, CJ CGV 측이 되사는 콜옵션 조건이 붙어 있다. 콜옵션 행사 가능일은 각각 오는 2026년 6월 8일, 2027년 7월 21일이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스텝업(계단식) 구조로 금리가 올라간다. 콜옵션 행사 가능일 이후 1년간 3%의 이자율이 적용되고, 매년 0.5%포인트(p)씩 증가한다.
CB의 경우 주가가 상승할 경우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CJ CGV의 주가가 유상증자 이후 하락해 전환가액보다 높지 않다는 점이다. CB는 주가가 하락해도 전환가액이 인하 조정(리픽싱)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32CB의 전환가액은 2만6600원, 35CB의 전환가액은 2만2000원이다. 지난 2023년 두 차례의 유상증자 이후 할인율 25%를 적용하면 32CB는 1만9950원, 35CB는 1만6500원으로 각각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8일 오후 기준 CJ CGV의 주가는 4930원으로 주식 전환에 대한 기대감마저 사라진 상황이다.
앞서 CJ CGV는 아시아 통합 법인 CGI홀딩스 지분 17.58%에 대한 콜옵션을 미이행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업황 침체로 자금난이 이어지면서다. 해당 지분을 보유 중인 재무적 투자자(FI)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 본부는 지난 7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FI 측은 CJ CGV의 지분을 포함한 CGI홀딩스 지분 100%를 매각할 수 있게 됐다.
채권시장에서는 CJ CGV가 영구 CB를 공모 방식으로 조달했기 때문에 이번 사례처럼 콜옵션을 미이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영구 CB 투자자의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 행사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행사하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 내 신뢰를 잃게 된다. 올해 상반기 롯데손해보험이 콜옵션 행사일을 연기해 저등급 회사채 시장 전반의 유동성 리스크를 불러오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한다는 생각으로 자금을 조달했을텐데 현재 주가가 하락해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식적으로 30년 만기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없고, 콜옵션 행사일을 만기로 보기 때문에 콜옵션을 이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J CGV는 본업인 영화 산업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는 등 자금 마련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연이은 자본성증권과 회사채 미매각으로 차환 발행도 부담이 크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CJ CGV의 매출액은 4916억원으로 전년 동기(4299억원) 대비 14.3%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같은 기간 92.3% 감소했으며, 보유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도 370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영구CB 발행 잔액이 7000억원에 달하고, 스텝업 기한이 순차적으로 다가오는 점은 재무 부담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CJ CGV 측은 “CB 관련 상환을 계획하고 있다”며 “아직 기간이 남아 있어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