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제한 영향권 놓인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
5.3만가구로 탈바꿈…대형 건설사·부동산신탁사 '눈독'
단지별 진행속도·사업방식 천차만별…6단지 가장 빨라
ICAO 개정안 시행 전 사업시행인가 나면 차질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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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제연합(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안이 4일 발효돼 주택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인근 지역 및 주민의 걱정이 커졌다. 서울 양천구 목동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지역으로 꼽힌다. 개정안 시행 전까지 사업을 서둘러 진행해 강화된 기준 적용을 피하는 방법이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다.
ICAO는 1955년부터 적용해 온 고도제한 기준인 '장애물 제한표면(OLS)'을 '금지표면(OFS)'과 '평가표면(OES)'으로 이원화하는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의 고도 제한 지역을 활주로 반경 최대 10.6km까지 확장하는 대신, 건축물 높이 제한을 45·60·90m 등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기존에는 항공 안전을 이유로 공항 활주로 반경 4㎞ 이내는 높이 45m 미만 건물만 짓도록 규제했다. 개정안은 오는 2030년 11월 21일 전면 시행된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목동과 신정동 일대의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김포국제공항에서 10km 이내에 위치한다. 단지 별로 130~180m(40~49층)로 새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새 규제가 적용되면 층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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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추진 속도를 늘려야 할 거란 분석이다. 고도제한 국제기준 개정안이 시행되는 2030년까지 사업시행인가가 이뤄지면 사실상 계획에 차질이 없을 거란 전망이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는 현재 총 2만6000여가구 규모의 총 14개 단지가 재건축을 완료하면 5만3000여가구로 탈바꿈한다.
현재 단지별로 재건축 진행 속도가 다르다. 목동6단지는 지난 5월 양천구청에서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받으며 14개 단지 중 진척 속도가 가장 빠르다. 목동4·8·9·10·12·13·14단지는 서울시가 정비구역 지정을 고시해 속도를 내고 있다.
단지별로 사업방식도 상이하다. 목동3·4·6·7·8·12단지는 조합이 사업 주도권을 갖고 총괄하는 조합방식으로 추진한다.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해당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대형 건설사의 주요 먹거리로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꼽힌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치열한 수주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외의 단지는 부동산신탁사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신탁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각 단지는 대신자산신탁·우리자산신탁·하나자산신탁·한국자산신탁·한국토지신탁·KB부동산신탁 등을 예비신탁사로 지정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목동7단지는 지난 2023년 코람코자산신탁과 MOU를 맺었으나, 조합방식으로 선회했다. 각 단지와 MOU를 신탁사는 정비구역 지정 이후 공식적으로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길 고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ICAO 고도제한 개정안이 목동 재건축에 미칠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0일 목동6단지 재건축 현장에서 "현재의 스케줄로 보면 2030년 안에 사업 시행 계획 인가 절차가 마무리되고 이후 ICAO의 변경된 규정이 적용될 것”이라며 "목동 지역은 ICAO의 결정과 상관없이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목동 전역의 재건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목동신시가지아파트 단지 중 정비구역 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목동1·2·3·11단지는 추석 전까지 지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ICAO 개정안의 사정권에 들어오더라도 목동 재건축 단지와 MOU를 맺은 일부 신탁사는 사업 진행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탁사 한 관계자는 "현재 지구단위계획상 저층부·중층부·고층부를 구분 지었지만, ICAO 개정안 이후 층수 제한이 생기면 재설계해서 용적률을 채울 수 있다"며 "조합원의 이익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목동 재건축 사업의 최대 변수는 '갈등'이 될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원 간, 조합원과 상가 소유주 간, 조합원과 시공사 간 갈등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지 않는다면 ICAO 개정안 시행 전에 인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