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4兆 브라질 FPSO 입찰 '무산'…해양플랜트 확장전략 차질 우려
입력 2025.08.12 13:40
    페트로브라스, FPSO 사업 전격 취소…경제성 부족 판단
    국내선 한화오션 단독 참여…35억 달러 규모 수주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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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오션이 수주를 노리던 브라질 대형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사업이 취소됐다. 하반기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회사의 해양플랜트 확장 전략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는 최근 'FPSO 1기(P-86)' 입찰을 취소했다.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들면서다. 한화오션은 올해 11월 수주를 목표로 준비해왔다. 발주 규모는 약 35억달러(약 4조원)다. 

      페트로브라스는 지난해 10월 FPSO 1기(P-86) 건조를 위한 설계·조달·시공(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입찰을 공고했다. 제안서 제출 마감일은 당초 올해 4월 8일이었으나, 6월 6일로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다시 11월 3일로 변경돼 총 두 차례 미뤄졌다.

      국내 업체 중에선 한화오션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발주처는 가격 인하를 위해 입찰 기한을 연장하며 추가 제안 유치를 시도했지만, 다른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페트로브라스가 사업 금액이 높다고 판단해 추가 비딩을 추진했으나, 참여한 업체가 없어 결국 사업이 취소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브라질 FPSO 시장에 꾸준히 진출해왔다. 총 8기의 FPSO를 수주했고, 7기를 인도했다. 나머지 1기는 건조 중에 있다. P-86 역시 기존 실적을 기반으로 수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발주 자체가 무산됐다.

      한화오션은 해양플랜트 사업 확장을 위해 다방면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해 11월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약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싱가포르 해양 플랜트 기업인 다이나맥홀딩스를 인수했다. 

      한화오션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 니테로이에 현지 조선소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현지 해양플랜트 사업 입찰에서 요구되는 부품·인력 현지 조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업 재건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이번 대규모 입찰이 취소되며 한화오션의 해양플랜트 사업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브라질에서 매년 FPSO 1~2기 가량의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현지 조선소 설립 계획을 마련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입찰 취소로 확장중인 해양플랜트 사업의 사업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육상보다 해상 시추 비용이 훨씬 높은데, 원유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발주처가 투자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FPSO 물량 확보가 현지 생산기지 설립의 핵심 이유인데, 발주가 불확실하다면 수익성 전망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2024년말 기준 한화오션은 상선 부분에서 76억달러, 특수선 분야에서 12억달러, 해양부문에서 2억달러를 수주받아 총 90억달러가량의 수주실적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입찰을 따냈다고 해도 수주 금액 전체가 한화오션 몫은 아니었을 것"이라면서도 "회사가 조선·해양·특수선 부문을 합쳐 연간 약 90억달러 규모의 수주를 받는다 가정할 때 35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취소는 기대했던 실적에 영향을 줄 만한 숫자"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이와 관련해 "발주처의 결정 사항으로 별도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