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믹스 인수 성공 시 박주환 회장 '빅딜'로 기록될 듯
신발은 해외에서,국내는 반도체 위주 사업 개편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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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부품 제조사 솔믹스의 주인이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서 TKG태광으로 바뀐다. 수천억원 규모의 이번 딜은 TKG그룹이 전통 사업인 신발·화학에서 벗어나 반도체·신소재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핵심 거래가 될 전망이다. 창업주인 고(故) 박연차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무차입 기조로 인해 재무 여력은 아직 충분하단 평가다.
13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솔믹스 우선협상대상자로 TKG태광을 선정하고 경영권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세부 조건을 논의 중이다. 거래대금은 5000억원대 수준이 거론된다. 매각 측은 김앤장과 삼일회계법인의 도움을 받고, 인수 측은 태평양 등의 자문을 받는다.
솔믹스는 고순도 세라믹 기반 반도체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실리콘·알루미나·실리콘카바이드·쿼츠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장비 핵심 부품을 제조한다. 매출은 2023년 약 1670억원에서 2024년 약 1880억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EBITDA는 약 2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늘었다.
이번 딜은 그룹 사업 개편에 집중하고 있는 TKG태광과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한앤컴퍼니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취임 5년차를 맞이한 박주환 TKG그룹 회장은 ‘반도체’ 중심의 신사업으로 그룹 사업을 개편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2020년 3월, 37세의 나이에 제2대 회장에 올랐다. 이후 2021년 그룹 사명을 ‘TKG’로 공식 변경했다.
신발 개발 및 제조사인 태광실업(현 TKG태광)을 모태로 그룹은 이후 정밀화학·소재·IT·레저·장학 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2022년 말에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TKG벤처스를 설립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박주환 회장 체제에서 반도체 중심의 그룹 사업 개편이 이뤄지고 있고, 박 회장이 그룹 장악력이 높고 추진력이 있어 M&A도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KG그룹은 지난해부터 M&A 속도를 높였다. 거래 규모가 수백억 원 수준에 그치고 계열사 간 거래가 대부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솔믹스 인수는 박 회장의 주요 거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에는 코스피 상장 계열사 TKG휴켐스가 첨단 전자소재 기업 제이엘켐 지분 50%를 603억원에, 같은 해 12월에는 코스닥 상장 자회사 TKG애강이 소방용 기계·기구 제조사 우당기술산업 지분 100%를 550억원에 인수했다.
성사되지 못한 거래도 있었다. 2023년 말 TKG태광은 국내 화학 소재 업체 송원산업 인수전에 IMM PE, 심팩 등과 함께 숏리스트에 올랐으나, 매각자 측의 매각 철회로 무산됐다. 앞서 2016년에는 자동차용 모터 소재 기업 쌍용머티리얼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는데, 당시 솔믹스를 보유했던 SKC도 인수를 검토했다. 지난해 7월에는 산업용 화약기업 고려노벨화약 인수전에 TKG휴켐스가 뛰어들어 숏리스트에 포함됐으나 최종적으로는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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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이 M&A에 나설 재무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TKG태광은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쌓아둔 현금도 적지 않다.
창업주 시절에도 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사세를 확장했다. 신발 사업으로 기반을 닦고 농협 자회사였던 정밀화학 기업 휴켐스, 한국남동발전 자회사에서 민영화된 한국발전기술, 대우인터내셔널 부산공장(현 TKG에코머티리얼) 등을 인수하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최근 몇 년간 그룹 주력인 신발과 화학 사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필요성이 커졌다. 신발 사업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고 화학 부문 계열사도 양호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미래 50년’ 장기적 관점에서 신사업 확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4년 기준 그룹 매출은 3조8655억원으로, 신발이 2조4461억원, 화학이 1조2797억원, 소재 부문이 1074억원, 기타 부문이 323억원을 차지한다.
신발 부문은 TKG태광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생산법인에서 담당한다. 국내 본사는 신발 개발과 영업을, 해외 공장은 생산을 담당하는 이원화 체계를 구축했다. 나이키 신발 전체 물량의 약 12%가량을 생산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시기 나이키 부진의 영향을 받았으나, 이후 생산 정상화로 실적이 회복됐다는 분석이다.
그룹의 화학 부문을 이끄는 TKG휴켐스는 지난해 매출이 1조2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606억 원) 늘었다. 별도 영업이익은 31.7%(384억 원) 줄어 828억원에 그쳤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TKG태광의 본업인 신발 제조업이나 화학 등이 확장성이 낮아 한계가 명확하다 보니 계속해서 M&A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재계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기업 오너들의 연령대가 40대 초반까지 낮아진 만큼 박 회장도 공격적인 확장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