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메이드 大戰…F&F는 비싸게 팔 투자자일까? 싸게 사야 할 원매자일까?
입력 2025.08.14 07:00
    Invest Column
    테일러메이드 경영에 깊게 관여해온 F&F 오너家
    홀딩스 이사진으로서 회사를 비싸게 팔 의지가 있었을까?
    비싸게 팔면 1兆 이익, 싸게 팔리면 ‘경영권 인수’ 꽃놀이패
    F&F의 최종목표는 경영권 인수…동의권 법적 효력은 미지수
    낯뜨거운 갈등 조성해 원매자들 떨어져 나가길 기대?
    우선매수권 들고 가격낮추기 전략으로 풀이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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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A 시장에서 최대한 비싼 가격에 팔아야하는 '투자자'와 수단을 막론하고 값을 깎는게 유리한 '인수자'는 처음부터 대척점에 서 있다. 태생적으로 공존은 불가능하다. 한 회사가 투자자와 인수자의 지위를 동시에 누린다면? 당연히 스텝이 꼬이기 마련이다.

      사모펀드(PEF)에서 '운용사'(GP)와 '투자자'(LP)의 역할은 엄격히 분리돼 있다. 누구를 사장으로 앉히고, 어떻게 경영하고, 언제 그리고 얼마에 경영권을 팔지는 GP가 결정한다. 

      특정 LP가 나서서 "사장은 누구 앉혀라", "내가 이사회에 들어간다", "지금 팔지 말라" 등  하나하나 간섭하기 시작하면 펀드 운용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런 LP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감놔라 배놔라'를 시전하면 다른 LP들이 금전적 피해를 볼 수도 있다.

      현재 진행중인 테일러메이드 경영권 매각 과정에선 투자자와 원매자의 지위, GP와 LP의 관계 등 두 스텝이 모두 꼬여있다.

      만일 국민연금 이사장 '아들'이 홈플러스 이사회에 참여했다면?

      7월 말 F&F는 자사가 지명한 테일러메이드 홀딩스 이사 3명이 사임했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논란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란 설명이다.

      추후에 사임한 3인의 이사는 ▲김창수 F&F 회장 ▲김창수 회장의 아들인 김승범 F&F 상무 ▲박의헌 F&F홀딩스 대표임이 알려졌다.

      이를 다른 사모펀드 투자에 빗대면 상황이 보다 명확해진다.

      MBK파트너스가 국민연금 자금을 출자받아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때 펀드 출자자(LP)인 국민연금 이사장과 이사장의 아들이 홈플러스 관련 이사회에 참여했다고 가정하면? 당장 '특혜논란'은 물론이거니와 '현행법 위반' 등으로 상상을 초월한 파장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국민연금과 F&F가 공공기관이냐, 민간기업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사모펀드에 출자한 '단순 LP'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지위는 동일하다.

      국내법상 단순LP가 GP의 투자 결정에 개입하는건 자본시장법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다. 포트폴리오 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것 또한 불법이다. 이는 투자자(출자자)와 운용사 간 대리인문제(Agency problem)를 미연에 방지함과 동시에 펀드의 전문적인 운용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특정 LP의 과도한 경영 개입은 다른 투자자들의 이익과는 상충할 수 있기 때문에 GP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단 취지이기도 하다.

      이미 투자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김창수 회장이 테일러메이드 관련 이사회에 포함되어 있고, 심지어 김 회장 아들도 테일러메이드 이사회에 소속됐다"라는 소식이 알려진 바 있다. 논란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일찌감치 나왔다. 그리고 이번 3인의 이사회 사임 소식으로 단순 LP였던 F&F가 포트폴리오 회사 경영에 깊게 관여해 왔음이 확인됐다.

      단순 이사회 멤버를 넘어 김창수 회장은 테일러메이드홀딩스 이사회 의장직까지 요구했지만 끝내 센트로이드 측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F&F는 "펀드의 최대 출자자로 이사 지명권 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센트로이드와 체결한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동의권'을 근거로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LP의 동의권 자체는 위법 소지가 다분한 내역이다. 사인(私人)간의 계약이 어떻게 체결됐고, 상호 간에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와는 무관하게 그 내용이 현행법을 명백히 어긴 수준이라면 법적으로 보장 받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동의권의 존재 여부는 별 의미가 없어진다.

      센트로이드 측은 동의권 논란이 벌어진 양측 합의서를 두고 '법률 내에서 인정되는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F&F가 전략적 투자자 성격의 최대 LP로서 테일러메이드 가치제고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동의권이 부여된 것이고, 한국 사모펀드 규제 체계와 충돌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조화롭게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다.

      F&F는 상황 논리를 제시한다.

      "센트로이드가 우선매수권과 동의권을 약속하면서 급하게 투자를 요청한 것" "불법성에 대해선 깊이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전제로 우선매수권과 동의권을 보장한 센트로이드를 믿고 투자한 것" 동의권이 법적으로 보장받는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우려에 대해서는 "센트로이가 주도한 것이라 행여 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어도 F&F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종합하면 F&F는 ▲동의권이 법적효력이 있는지 언급은 회피하면서 ▲동의권이 유효해 매각을 반대하겠다고 주장하고 ▲동의권이 추후 현행법 위반으로 판명되더라도 그게 본인들 잘못은 아니라는 편리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F&F는 셀러? 바이어? 결국 이해상충 논란으로 회귀

      F&F의 테일러메이드에 대한 강력한 인수 의지는 확인이 됐다. 이미 회사는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전제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F&F는 매각주체인 사모펀드에 가장 많은 돈을 댄 투자자다.

      김창수 회장과 김승범 상무는 테일러메이드를 가장 싸게 사고 싶어하는 F&F의 오너이자 최고 경영진이다. 너무도 좋은 회사라 웃돈을 얹어서라도 살 수 있는 투자사가 아닌, 수많은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상장회사의 오너경영진이다.

      동시에 테일러메이드를 가장 비싸게 팔아야 할 의무가 있는 테일러메이드홀딩스 이사회에 참여한 이들이기도 하다. 이런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s) 논란을 피하고자 최근 이사회에서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이사회에서 빠졌다고 해도 이사로서 신의성실 의무 위반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테일러메이드 홀딩스가 회사 명의로 김창수 회장 등 3인에게 '매각을 방해하지 말라'는 취지의 서한을 보낸 근거도 여기서 비롯됐다. 이른바 이사직을 사임했지만 추후에도 이사의 충실의무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단 내용이다.

      테일러메이드가 위치한 미국 현지의 델라웨어(Delaware)법엔 회사의 주주와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선의로 행동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모든 관련 정보를 충분히 검토해 합리적인 수준의 의사결정을 내릴것을 요구한 주의의무(Duty of Care), 회사와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하고 개인 및 제3자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훼손해선 안된다는 충실의무(Duty of Loyalty)가 핵심이다. 테일러메이드홀딩스는 현지법을 근거로 금전적 손해배상 책임 등을 물을 수 있다는 경고도 최근 서한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또 다시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김창수 회장 등이 매각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원매자들의 '가격인하'를 유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또 추후에 법원에서 이 점이 인정된다면?

      일단 F&F와 김창수 회장은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우선매수권(RoFR)을 활용해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할 수 있으나, 이로 인해 테일러메이드 회사와 임직원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점으로 인해 법적 리스크를 지거나 수 천억원에 달하는 민형사 소송 비용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사실 F&F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룹의 주력인 F&F가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은 약 800억원(1분기 개별 재무제표 기준)에  불과하다.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 F&F홀딩스 역시 보유현금은 2000억원(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이 전부다. 

      만약 테일러메이드의 입찰가격이 4~5조원 수준으로 형성된다면 F&F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를 모두 재투자하더라도 조단위 인수금융을 일으켜야한다. FI를 초청을 감안해도 수천억원 이상의 자기자금 투입은 불가피하다.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설 경우 그룹의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구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기 때문에 법적인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위험이 남아 있다. 

      새마을금고, 농협 등 테일러메이드 펀드에 참여한 다른 투자자(LP)들은 김창수 회장의 '저가인수' 목표로 인해 자사에게 돌아올 자본이득이 줄어들 수 있다. 자연스럽게 배임과 신의성실 위반 등을 근거로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즉 바이어로서 '저가 인수'를 선택한다고 해도, 투자자 혹은 셀러로서 '고가 매각'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해상충의 고리를 F&F나 김창수 회장이 완전히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일 시끄럽긴 하지만…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센트로이드와 F&F의 감정싸움은 골이 깊어지고 양측 다툼은 사소한 움직임까지 생중계되는 상황. 하지만 시끄러운 여론전을 제외하고는 양측에게 마땅한 전략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현재로선 핵심 LP인 F&F가 우선매수권을 들고 매각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탓에 지리멸렬한 내부 싸움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원매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높은 가격을 써내봐야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원매자가 있는 상황에서 과연 테일러메이드가 높은 몸 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문제가 명확해지고, 사안이 단순해 지려면  F&F가 주장하는 동의권의 법적효력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F&F는 동의권을 근거로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수 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뚜렷한 움직임은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김창수 회장 측은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해 자문을 받아왔다. 기업법무·금융 대표직에 오른 박재현 율촌 파트너 변호사가 밀착해 자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동시에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해 테일러메이드 인수 준비에 나서고 있다.

      F&F에게 주어진 권한은 '우선매수권'에 불과하다. 영문 (Right of First Refusal) 그대로 입찰에서 나온 최고가격을 받아들일지 또는 포기할지 매우 단순한 옵션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문사가 제 아무리 골드만삭스라고 해도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쟁입찰에 처음부터 참여해 매각자의 의중을 인식하고 경쟁후보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일반적인 M&A 인수 자문사 역할은 제공되지 못한다.

      이러다보니 투자업계에서는 "F&F가 골드만삭스의 이름값을 주고 선임한 것에 불과한데 과연 얼마나 수수료를 쳐줄 것인가"가 화두가 되기도 했다. 기껏해야 수 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거론된다.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안재훈 IB대표가 선임된 이후 실무자들이 굉장히 분주해진 상황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외국계 IB들이 전반적으로 딜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골드만삭스 역시 수수료보단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빅딜에 참여했다는 데에 의의를 둔게 아니냐는 평가도 같이 나오고 있다.

      센트로이드로서는 원매자들과 협상을 통해 매각을 성사시켜야하는 외길이 전부다. 이 과정에서 원매자들이 F&F의 핑계를 대고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을 최대한 저지해야 한다.

      반대로 F&F는 동의권의 유효성마저 불확실한 상황. 낯 뜨거운 분란 상황을 조성하고 불안한 원매자들이 알아서 떨어져 나가 입찰에서 적용될 우선매수권 가격을 낮추는 전략 정도만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자칫 선을 넘어섰다가는 해외 혹은 국내에서 대대적인 민형사 소송을 감내해야 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점은 고려해야한다. 양측 마땅한 전략이 부재한 상황. 앞으로도 '여론전'만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