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앞두고 술렁이는 연기금·공제회…수장 거취에 '촉각'
입력 2025.08.14 07:00
    국민연금, 이사장·CIO 동시 교체 가능성…시일은 걸릴 듯
    행공·건근공 이사장도 임기 만료…행공은 후임 인선 돌입
    KIC·사학연금 CIO는 연임 가능성 거론…운용성과가 변수
    임기 남아도 안심 못해…정권 교체 때 잦은 중도 퇴임 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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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큰 손' 기관투자가인 연기금·공제회가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이사장과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주요 수장들이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대거 교체가 예상되는 까닭이다. 정권 교체로 인해 잔여 임기와 무관하게 전 정권과 연관성이 깊은 인사들 역시 '인사 태풍'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공단과 사학연금,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건설근로자공제회 등이 이사장, 또는 CIO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경찰공제회가 최근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장기간 공석이었던 CIO를 올해 중 선임할 것으로 관측되며, 국내 유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CIO는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히 운용자산(AUM)만 1237조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민연금은 올해 이사장과 CIO 모두 임기가 끝난다. 연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교체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태현 이사장과 서원주 CIO 모두 전 정권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민연금 특성상 연임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김태현 이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을 거쳐 2022년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예보 사장 재임 중 국민연금 이사장에 공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취임 직후부터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연금 개혁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후임 인선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새로운 정부가 각 부처의 장관 선임도 모두 마치지 않은 데다, 정부 조직 개편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공공기관 인사가 후순위로 밀려난 탓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8월 중순을 향해가는 현재까지도 신임 이사장 공모 절차를 시작하지 않았다.

      서원주 CIO는 한 차례 연임한 임기가 올해 12월 끝난다. 당초 지난해 임기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고위층의 의사결정이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계엄 사태'로 후임 인선에 어려움을 겪으며 1년 연임을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이사장과 CIO 모두 교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 김장회 행정공제회 이사장과 김상인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도 각각 8월과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행정공제회는 이미 신임 이사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으며, 4명의 지원자 중 2명을 서류심사로 추려 면접 등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만 대의원회 통과 기준이 까다로워 재공모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장회 이사장 역시 두 차례 선임이 무산된 끝에 선출된 바 있다.

      김상인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은 11월 임기를 끝으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국회부의장 보좌관과 미주물산 고문을 거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건설 관련 경력이 없음에도 선임돼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다.

      반면 한국투자공사(KIC)와 사학연금의 CIO는 조심스레 연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장 오는 16일 임기가 마무리되는 이훈 KIC CIO는 아직 공식적인 후임 인선 절차에도 돌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내규상 후임 인선 전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하도록 정하고 있어 당분간 이 CIO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전범식 사학연금 CIO도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사학연금은 2년의 임기 후 실적 평가에 따라 1년 단위로 재계약이 가능한데, 연임 전례가 많다. 전임자인 이규홍 전 CIO 역시 두 차례나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전 CIO 체제 아래 사학연금은 사학연금은 2023년 13.5%, 2024년 11.63%라는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편, 임기가 남았음에도 전 정권과의 인연 탓에 자리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송하중 사학연금 이사장은 윤석열 캠프 정책고문을 지낸 경력이 있으며,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도 내년 말까지 임기가 남았지만,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는 등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정재관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육군사관학교 동기로, 취임 당시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통상 예비역 소장·중장이 임명되지만, 정 이사장은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임기는 2027년 2월까지지만, 잔여 임기를 무사히 채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과거에도 정권 교체 시 임기를 남기고 물러난 사례는 적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황서종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임기를 15개월 남기고 2023년 3월 돌연 사임했으며, 김유근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역시 임기를 절반만 채우고 2022년 7월 중도 퇴임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기관장 인사에도 변화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며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정치적 환경이 거취를 결정하는 만큼, 연말까지는 주요 기관 수장의 인사 변동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