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출범후 재계도 요동…네이버·LG·두산은 주목 vs 카카오·KT·포스코는 긴장
입력 2025.08.14 07:00
    對기업 법안에 긴장도 높아진 재계
    AI서 치고나간 네이버·LG…정부 요직에 출신 인사 포진
    원전에 울고 웃은 두산, 정부에 힘실어준 한화·HD현대
    AI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한 카카오와 KT
    건설이 발목 잡힌 포스코그룹…건설업 전반에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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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을 전후로 재계는 요동쳤다.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재계에서 꾸준히 반대해온 법안들이 현실화했고, 중대재해처벌을 비롯해 강력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경영인들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재계 전반에 걸쳐 긴장도가 상당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 정부의 출범 이후 더 주목받는 기업들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인공지능(AI) 산업에 우리나라 정부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하는 상황에서,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가 부상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내각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기업인들의 발탁이었다. 테크 기업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고 그 중에서도 특히 네이버 출신 인사들이 약진했다. 최휘영 문화체육부 장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하정우 AI미래기획 수석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네이버클라우드 팀을 포함해 SK텔레콤, 엔씨AI,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업스테이지 등 독자 AI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수행할 정예팀 5곳을 발표했다. 5개 팀은 향후 ‘K-AI’ 기업이란 명칭을 쓸 수 있고, 정부로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 채용과 관련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만 총 2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LG그룹 역시 현 정부의 첫 인선에서 고위공직자를 배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수장이 된 배경훈 장관은 LG AI연구원장 출신이다. LG그룹에서는 생성형 AI 기술 개발을 주도했디. 윤창렬 신임 국무조정실장은 정통 관료출신이지만 최근까지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직을 맡으며 LG그룹에 몸담아왔다. 

      현 정부에서 LG그룹에 기대하는 역할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부품과 배터리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LG그룹은 대통령의 AI 육성정책, '전기차 보급률 50%' 공약 등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그룹은 정권의 교체기, 정책의 변화에 가장 민감했던 그룹 중 하나였다. 문재인 대통령 재직 시절 원전 폐쇄 정책으로 그룹의 존폐까지 걱정해야했던 두산그룹은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등의 분야에서 다시금 재기를 노리고 있다. 현 정부의 역점 과제인 AI 산업 확장을 위해선 에너지 정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데 정부와 여야 모두 SMR 육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은 두산그룹에 호재로 작용한다. 

      두산그룹에 대한 높아진 투자자들의 주목도는 주식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룹의 주력인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한 때 1만원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현재는 7만원대에 거래되며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어느덧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에 진입했다.

      한화와 HD현대그룹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 최전선에 섰다. 이미 두 그룹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방산기업으로 주목을 받아왔는데, 이번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선 한미 조선 협력 보따리를 풀며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반대로 현 정부 출범 이후 걱정이 늘어난 기업들도 있다.

      카카오는 지난 2년간 김범수 창업주와 주요 경영진들이 줄줄이 구속되며 리더십에 위기를 겪었는데 아직까지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최근엔 AI 대표 선발전에도 고배를 마셨다. 한 때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네이버와의 양강 구도가 흔들리는 모습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카카오는 2분기 연결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진 좀 더 지켜봐야한다.

      KT와 포스코 등 민간기업이지만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KT 역시 AI 대표 선발과정에서 탈락했다.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T는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하던 사업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김영섭 대표이사 체제에서 추진해온 굵직한 M&A, 재원마련을 위한 자산 매각 작업 등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의 임기는 8개월가량 남은 상태인데, 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향방도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단 평가다. 다행히 실적은 양호하다. AI 사업부문이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달성하며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번 AI 대표 기업 탈락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진다는 평가다.

      포스코그룹은 건설사 포스코이앤씨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연이은 인명사고로 인해 이 대통령이 '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초강력 제재를 예고했다. 포스코그룹은 산업적 특성으로 인해 인명사고가 자주 발생했는데 이처럼 대통령이 나서 직접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포스코그룹은 정권 교체기에 늘 수장이 바꼈고, 이에 따라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기조가 흔들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어떤 방식으로든 포스코그룹 그리고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작업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 인명사고가 트리거로 작용한 건설업계는 전례 없는 긴장상태에 빠졌다. 대통령은 인명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즉시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건설업계는 근로자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산업군 중 하나다. 불가피한 작은 사고하나로 인해 기업이 문을 닫을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데, 삼성물산을 비롯한 1군 건설사들은 이미 해외 사업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긴 터널에 진입한 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은 이재명 정부가 풀어내야할 숙제이다. 한화그룹, 롯데그룹, DL그룹 등이 주요 대상이고 각 거점 산단으로 확장하면 대상 기업이 크게 늘어난다. 최근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여수 산단의 대표적인 기업 여천NCC를 둘러싼 갈등이 점화했는데 상호 비방으로 이어지는 여론전을 정부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진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