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월세 비율 모두 60% 돌파
서구 자본에 아시아 자본도 한국 진출
정책금리 낮은 일본, 대출에서도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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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월세 비중이 늘어나며 외국계 자본의 국내 임대주택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까지는 미국·영국 등 서구 자본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일본·홍콩 등 아시아 자본도 가세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낮은 금리를 기반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율이 서울과 수도권 모두 60%를 넘긴 건 올해 상반기가 처음이다. 아파트를 제외한 월세 거래량 비중은 서울이 74.1%, 수도권이 72.2%를 기록했다. 월세 비중은 2021년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이 이어지며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이 커질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환율은 안정되는 듯했지만 다시 1400원대에 근접해 원화 저평가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자본이 중심이었다.
모건스탠리는 서울 강동구 길동 '지웰홈스 라이프 강동'을 시작으로 서울 금천구 독산동, 서울 성북구 안암동 등에서 임대주택을 매입해 운영하고 있다. KKR은 작년 상반기 홍콩계 공유주거 기업 위브리빙과 손잡고 영등포구 양평동 호텔을 프리미엄 레지던스로 전환했고, 동대문구에는 '위브플레이스 회기'를 선보였다. ICG, 하인즈(Hines)도 사업 투자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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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 자본도 직간접적으로 한국 진출에 가세하고 있다.
홍콩계 투자금융그룹인 SC로위는 8월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지젤라이프그라피서초'를 담보로 후순위 2100억원 대출에 단독 참여했다. 분양 이후 PF 미상환 잔액을 미분양 담보대출로 리파이낸싱 할 목적이다. 399호실 중 320호실이 미분양이다. 전체 담보대출은 3700억원 규모다.
SC로위는 한국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위해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대여한 금액. 신탁사의 자체 자금) 1790억원 전부와 미지급 공사비 일부를 대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은 한국자산신탁의 차입형토지신탁 사업이다.
한국자산신탁 한 관계자는 "SC로위의 참여로 한국자산신탁은 계정대를 전액 변제했다"며 "SC로위는 미분양된 320호실로 임대 사업을 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2월 서울 서초구 '더팰리스73' 개발 사업의 선순위 대출금 1100억원을 인수할 당시 한 일본계 투자은행(IB)은 자기자본(PI)을 투입했다. 작년 더팰리스73 사업이 분양률 저조로 무산되고 시행사 더랜드그룹은 스타로드자산운용과 사업 부지 매각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후 이지스자산운용은 컨소시엄의 선순위 대주단인 롯데손해보험(1000억원)과 iM캐피탈(100억원) 몫을 인수했다.
일본계 금융기관은 낮은 금리를 내세운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은 정책금리가 0.5%로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에 일본계 금융기관은 타국의 금융기관보다 요구수익률(IRR) 설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작년 모건스탠리가 그래비티운용과 서울 강동구 길동 복합건물 인수 당시 미즈호은행이 출자자(LP)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건스탠리는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코어펀드 '프라임 프라퍼티스 펀드' 자금을 활용했다. 미즈호은행이 낮은 금리로 출자해 펀드의 IRR이 높지 않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주택 이외에도 일본계 금융기관이 한국 부동산 전반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7월 서울 마포구의 4성급 호텔·복합상업시설 '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홍대'를 인수했다. 이 시설은 일본 철도회사 소테츠그룹 계열 호텔 운영사인 소테츠도 인수를 원했다. 우선협상자대상자인 JB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소테츠는 500억원 규모의 우선주 투자를 검토했다.
물류센터 투자 검토도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글로벌IB 한 관계자는 "기존 물류센터 투자로 이미 자금이 묶인 국내 금융기관은 신규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공백을 일본 금융사가 메우고 있다"며 "일본 금융사의 금리가 국내외 IB보다 50~80bp(1bp=0.01%포인트) 낮다보니 경쟁력도 높은 편"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