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금융위원장·금감원장 인선
조직개편, 국정기획위 국정운영 계획에서도 빠져
금융위·금감원 현행 체계 유지 가능성 거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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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같은 날 임명되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미궁 속에 빠졌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도 관련 과제가 언급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가 멈춰선 것이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인 이억원 후보자를 금융위원장으로 지명했다. 같은 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임시 금융위 의결을 거쳐 이복현 전 금감원장 후임으로 이찬진 변호사를 임명 제청했다.
이처럼 같은 날 금융당국 사령탑 인선이 완료되면서 조직개편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직개편이 발표되기 전에 이같은 인사가 나온 것을 보면 그동안 국정기획위원회가 추진, 논의해 왔던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사실상 무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장은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 퇴임 이후 2개월 동안 공석이었는데, 이처럼 인선이 늦어지는 데 대해 업계에서는 조직개편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을 같은 날 발표했다는 것은 사실상 두 조직이 현행 체계를 유지하기로 정해진 것 아니냐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위 소관인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지금의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 및 금융감독위원회가 담당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안을 보고했다. 아울러 금감원 산하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그러나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금융감독 체계 개편 계획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좌초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수장 공백 우려가 있었음에도 금융감독 수장을 늦게 임명했다는 것은 조직개편과 연계했을 가능성이 큰데, 현행 체계에서 그대로 수장들을 임명했다는 것은 당분간 감독체계와 관련해 현재 구조를 유지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다른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정위 조직개편 안을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기 때문에, 조직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며 "당장은 조직개편에 서두르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만약 금융위 해체 및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등 기존에 거론됐던 방안으로 조직개편을 하게 될 경우 신임 금융위원장이 재정경제부(재경부) 장관을 맡는 것인지, 신임 금감원장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 감독원장이 되는 것인지 등 조율해야 할 사항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이 아직까지 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한 이렇다 할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새 금융당국 수장들이 조직개편이라는 '중책'을 맡아 이끌어 가야 할 가능성도 있다. 전임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정책과 감독을 주도하면서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빚는 등 혼선이 발생했던 만큼 기관 간의 조율 필요성은 드러난 상황이다.
신임 금감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의 변호를 맡는 등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조직개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 신임 금감원장에 취임한 만큼 직원들 입장에서 원내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라며 "다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안을 훨씬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금감원장 취임으로 그간 업무 적체도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은 원장 공석으로 상반기 마무리한 정기검사 결과에 대한 발표가 늦어지면서 안건을 계속해서 재검토하는 등 업무가 쌓여 있다는 토로가 나왔다. 아울러 오는 10월 새 정부 들어 진행되는 첫 국정감사가 계획돼 있어 하반기 업무 부담이 더욱 커질 거란 우려가 많았다.
통상 한 달에 두 차례 열리던 제재심의위원회가 신임 원장 취임 전까지 한 번으로 줄어들어서 결론 도출이 더뎌진 것이란 설명이다. 제재심의위원회는 금감원장 자문기구인데 수석부원장이 총괄을 하다 보니 관련 횟수를 줄이면서 안건에 대한 결론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일감만 쌓이고 있었단 상황이다.
다만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이 금융 관련 경력이 없는 인물인 만큼 당분간 금감원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거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임 원장에 대한 가장 큰 걱정은 전문성 부족일 텐데, 누가 오든지간에 2000명 정도의 적극적인 서포트를 받는 조직이기 때문에 직접 금융업이나 금융 규제를 경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