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적자 전망 포스코이앤씨…포스코홀딩스, 4분기 '빅배스' 단행할까
입력 2025.08.14 13:58
    연이은 안전사고에 신규 수주·이미지 타격
    신안산선 붕괴 사고 피해액 수천억원 전망
    시장선 포스코, 4분기 빅배스 가능성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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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다수의 건설 현장에서 연이어 안전사고가 발생하며, 회사는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포스코그룹이 올해 4분기 '빅배스(Big Bath)' 회계 처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대규모 충당금 인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를 회계에 반영할 경우 모회사인 포스코홀딩스 입장에서도 연결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7조5560억원, 영업익 60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7%, 6.9% 증가했지만,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포스코이앤씨의 말레이시아 플랜트 사업 손실과 포스코퓨처엠의 적자 폭 확대가 실적에 부담을 더했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포스코홀딩스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추가 손실 인식 가능성 ▲2차전지 소재 부문의 적자 지속 등이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의 신안산선 공사 현장 붕괴 사고로 인한 손실 규모와 충당금 처리 시점이 최대 변수다. 지난 4월 발생한 이 사고는 피해액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포스코 측이 수천억원대 손실을 처리해야 할 것으로 보고있다. 

      정부 합동조사는 오는 9월 14일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액이 확정되면 손실을 누가, 얼마나 분담할지에 대한 협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신안산선 프로젝트의 총도급액은 약 1조5000억원, 이 중 상당 비율을 포스코이앤씨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홀딩스 IR팀은 손실액을 약 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1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손실액이 나올 것이란 분석이 많다.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감당해야 할 것이란 이야기도 오르내린다. 실제 손실액 규모와 회계 반영 시점에 따라 연결 재무제표로 반영되는 그룹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인명 사고로 인한 전면 공사 중단도 악재다. 공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 중단이 장기화되면 하청업체와의 계약 일정이 밀리고 아파트 준공에도 차질이 생긴다.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소송이나 분양대금 환급 요구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업계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이러한 손실 비용을 올해 4분기에 집중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빅배스'를 단행해 한 번에 대규모 손실을 털어내고, 내년부터 실적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는 선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올린 연간 영업이익이 2조2000원 안팎인데, 수천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한 번에 반영해 '빅배스'로 털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안산선 문제뿐 아니라 공사 지연에 따른 공사비 급등, 하반기 미분양 손실 약 500억원 반영 등 포스코이앤씨에서만 처리해야 할 손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에도 1조원 규모의 빅배스를 단행했다. 4분기 결산 실적에서 일회성 손실 내역을 강조했는데, 장 회장 취임 초기에 부실을 털고 가려는 행보로 해석됐다. 

      잇따른 사고로 포스코이앤씨의 경영진 교체가 이뤄진 점도 빅배스 가능성에 힘을 싣는 배경으로 꼽힌다. 중대재해가 잇따르자 지난 1월 취임했던 정희민 사장이 책임 지고 7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 지난 11일 송치영 포스코홀딩스그룹 안전특별진단 태스크포스(TF) 팀장이 새 사장으로 선임됐다.

      통상 빅배스는 새 경영진이 부임하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전임 경영진 재임 시기에 발생한 잠재 손실이나 부실 요인을 한 번에 정리해 재무 부담을 털어내고, 이후 실적 회복 국면에서 경영 성과를 부각시키는 데 활용된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신안산선 관련 비용은 이르면 3분기에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새 경영진이 들어오기도 했고, 손실 비용이 큰 만큼 4분기에 몰아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총 5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에서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영업정지, 공공입찰 제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포함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자체적으로는 인프라부문의 신규 수주를 전면 중단하고, 단계적으로 하도급 구조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