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LG엔솔 지분 유동화 임박…블록딜이냐 PRS냐 막판 저울질
입력 2025.08.18 07:00
    최저한세 피하려면 LG엔솔 지분 2%P 처분 불가피
    블록딜 아니면 PRS 예상…다수 IB들 수개월째 협의
    9월 보호예수 해제…이르면 10월 전후해 추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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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화학이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유동화 방안을 두고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글로벌 최저한세 부담을 피하자면 지배력을 80% 이하로 낮춰야 하는 만큼 최소 2조원 이상 주식 처분이 필요하다. 시장에선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와 주가수익스와프(PRS) 중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날지 주목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복수의 투자은행(IB)과 LG엔솔 지분 유동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대형 증권사들이 PRS 구조를 제안해왔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실무 검토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IB들은 LG화학이 최종 결정을 앞두고 막판 저울질에 들어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처분 규모는 최소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도입된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 법인세) 규제를 우회하려면 보유 중인 LG엔솔 지분 81.8% 중 2%포인트 안팎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한세는 다국적 기업이 세율이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두고 과세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실효세율이 15%에 미달할 경우 본국에서 추가로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지분율이 80% 이상이면 모회사가, 아래면 자회사가 최저한세를 부담한다. 작년에는 배터리 사업이 적자를 기록하며 부담을 피해 갈 수 있었지만 올해는 LG엔솔이 조 단위 영업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PRS나 블록딜 모두 당장 지분율을 낮출 수 있는 방식으로 통한다. 앞서 두 차례나 쓰였던 교환사채(EB) 발행은 인수자가 교환권을 행사하기 전까지 실질 지분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블록딜을 택하면 자회사 주주들의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부담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LG엔솔 주식이 시가총액 규모에 비해 유통주식수가 유독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명분이 없지 않다는 평이다. 회사 입장에선 수수료 부담도 덜하고 회계처리 관련 잡음에서 자유로운 방식인 데다 거래 종료 즉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IB들은 근래 늘어난 PRS 거래를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다. PRS는 주가 변동분을 제외한 권리 전부를 계약 상대방에게 넘기는 파생금융상품 거래라 지분율을 낮추면서도 향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다. 지난 수년 LG엔솔 주가가 크게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매력적이지만, 블록딜에 비해 수수료를 포함한 제반 비용 부담이 큰 선택지로 통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수개월 전 해외 기관을 상대로 EB를 발행할 때도 호응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주가가 회복할 가능성 등을 감안해 PRS 방식을 제안하는 중"이라며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하는 만큼 PRS를 택한다면 대형 증권사 여러 곳이 참여하게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선 이달 중 결론이 나면 10월을 전후해 유동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5월 LG엔솔 지분을 대상으로 EB를 발행했던 만큼 9월말께 보호예수 기한이 끝나기 때문이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실적 발표회에서 "LG엔솔 지분을 전략적으로 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보고 적기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구체적 실행 시점이 결정되면 시장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