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담대 RWA 상향 검토에 '내부 모형 왜곡' 비판...정책 실효성도 '의문'
입력 2025.08.18 07:00
    주담대 RWA 상향 검토에 은행권 시나리오 분석 착수
    "일괄 적용은 무리" 내부모형 취지와 괴리 우려
    기업부문과 다른데…동일한 'RWA' 접근 지적도
    "기업여신 확대 쉽지 않은 상황" 실효성에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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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자산(RWA) 반영 비율을 일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에 쏠렸던 금융권 자금을 기업투자 등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특정 대출에 대해 동일한 RWA를 일괄 적용하는 것은 그동안 은행들이 활용해 왔던 내부모형 체계를 망가뜨리는 처사란 지적이 나온다. 자산이 보유한 실제 리스크와는 상관없이, 정부의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민간 기업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금융당국과 국정기획위원회가 검토 중인 '생산적 금융' RWA 조정안에 맞춰 내부적으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향후 영향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당국은 주담대 RWA를 현행 평균 수준인 15%에서 25%로 상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주담대 RWA 조정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권의 '이자 놀이'를 경고하면서,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영역에서 생산적 영역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한 점이 작용했다.

      다만, 주담대에 대한 RWA를 조정하는 방식에 대해 업계에서는 '다소 거친 방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정 대출의 RWA를 조정하는 방식은 '가계자금에서 기업자금으로의 흐름 전환'이라는 정책 취지를 직관적으로 드러내기에는 용이하지만, 실제 RWA 산출 방식과는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각 은행은 포트폴리오의 예상부도율(PD) 및 손실률(LGD)을 반영해 RWA를 산정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내부모형을 구성해 당국의 승인을 받아 운영 중이다. 대출 종류에 따라 일괄적인 RWA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은행의 포트폴리오 특성을 반영해 개별적으로 산정한다.

      이처럼 은행별로 보유한 대출 포트폴리오가 상이하기 때문에, 주담대에 적용되는 RWA도 은행마다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특정 대출군에 대한 RWA를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주담대 RWA에 일괄적으로 25%의 '하한선'을 적용하는 방식보다는, 은행별 PD 및 LGD와 같은 내부모형 변수를 조정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는 기존의 RWA 산정체계를 유지하면서도 정책 목적을 일정 부분 반영할 수 있는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기업 투자 유도를 위해 주담대 RWA 상향 방안과 함께 정책펀드의 위험가중치(RWA)를 기존 400%에서 100%로 낮추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가계대출과 기업투자를 동일한 RWA 틀 안에서 접근하기에는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는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 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에 미치는 중요성 또한 매우 크다"라며 "바젤Ⅲ 체계의 RWA 조정보다는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등 거시건전성 규제를 활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담대 RWA 상향 조치를 기존 가계대출 전체에 일괄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기반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판단해 주담대 '신규 취급분'에만 이번 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은행권은 제도 시행 이후에도 기업여신이나 투자 확대에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CET1 비율 관리를 위해 기업여신 확대는 불가피하겠지만, 영업 여건과 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여신 부문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데는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