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삼성생명 회계처리 공방..."법 악용" vs "회계 일관성 파기할 근거 없다"
입력 2025.08.18 15:10
    '유의적 영향력' 행사 여부로 공방 이어져
    "배당·주주환원 적극적…일탈 중지 근거 없어"
    여당 의원들, "금융당국 통해 점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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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생명이 올 상반기 또 다시 삼성화재 지분을 '지분법'이 아닌 '금융자산'으로 인식하며,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국회의원들은 토론회를 통해 '삼성생명이 법을 악용해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삼성생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당사자인 삼성생명이 해당 이슈에 대해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유의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지에 대한 공방이 멈추지 않는 모양새다.

      김남근·박홍배·이강일·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삼성생명 회계처리 논란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논란이 된 삼성생명의 회계처리는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후 지분법 미적용 ▲유배당보험상품에 회계 일탈 적용 등이다. 특히 지난 5월 회계기준원의 공개 비판에도 불구, 삼성생명이 지난 13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서 이 같은 회계처리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정치권까지 지적에 나섰다.

      삼성생명은 지난 달 한국회계기준원이 회계처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선 안진회계법인에서 한 관계자가 참석해 삼성생명측 논리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생명의 현 감사인은 삼일회계법인이며, 안진회계법인은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카드의 감사인을 2023년부터 맡고 있다.  

      신병오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분법 적용 등 손익·자본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변화를 주장하려면 회계의 일관성을 파기하는 것보다 중대한 일이 있어야 한다"며 "삼성화재의 자회사 편입을 포함해 지난 수년간 삼성화재에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이사회 참여가 객관적으로 드러난 바 없고, 양사가 공시한 중요 거래가 없었다"며 "임원 선임은 각 사의 인사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운영하고 있으며, 모니모는 실상을 들여다 보면 삼성카드가 주도하고 있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회계기준원 등은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 유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근거로 '모니모'를 들고 있다. 모니모는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이 함께 출시한 금융 앱이다. 일각에선 '기업과 피투자자 사이의 중요한 거래', '필수적 기술정보의 제공' 등의 사례라고 주장한다.

      신 회계사는 회계 일탈에 대해 "회계 일탈은 업계 공통의 이슈인 데다 삼성생명은 2000년대 초반 판매한 유배당 계약 상품에 대해 6~7%의 확정금리로 배당했다"며 "매년 수천억원을 주주 몫으로 배당하는 등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인데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은 게 일탈을 중지할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회계처리를 유지하는 배경으로 자본적정성과 수익성을 꼽고 있다. 회계기준원 및 국회 일각의 요구대로 회계기준을 변경할 경우 수익성·건전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유배당 계약자들에 지급할 금액이 보험부채로 잡히면서 보험계약마진(CSM)이 감소하고, 지급여력(킥스)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곽영민 울산대 회계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주식 등 계열사 지분증권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은 보험부채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경우 CSM이 줄어들 텐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회계처리를 유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생명의 회계처리는 2022년 금융감독원이 내린 질의회신문에 근거하고 있다. 이후 '유의적 영향력'이 바뀌었는지, '유배당 상품으로 구매한 주식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삼성생명이 준수하고 있는지는 결국 새로 취임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판단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는 별개로 삼성생명에 대한 국회 차원의 압박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여당 의원들은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문제에 공감하는 한편, 금융당국과 협력해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법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주식·채권 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산정하도록 하는 보험법 개정안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처분해야 한다.

      이강일 의원은 "좋은 법을 만들어도 빈틈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삼성생명의 회계처리가) 많은 것을 갖고 계신 분들이 솔선수범하기 보다 악용하는 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남근 의원은 "삼성생명이 보험 계약자들이 낸 돈을 가지고 삼성전자, 삼성화재 등 계열사 주식을 사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를 통해서도 보험계약자 보호 측면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