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방식으로 푸나…지분구조 놓고 업권별 신경전도
입력 2025.08.22 07:00
    코인 곁눈질
    금융위,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발행안 검토
    한은 "신뢰성 위해 은행 중심 주도권 필요"
    업계 "동등 지분 보유·시장에 맡겨야" 반발
    입법 지연 속 해외 사업자와 협력 모색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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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수민 기자)

      금융위원회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부안을 오는 10월께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을 컨소시엄 형태로 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발행, 유통, 수탁 등 여러 과정에 다양한 업권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컨소시엄 형태에 대한 여러 업권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상태다.

      다만 컨소시엄의 주도권, 특히 지분을 놓고서 잡음이 예상된다. 한국은행과 은행권에서는 컨소시엄에서 은행을 주축으로 하는 그림을 구상하는 반면, 여당 및 핀테크 등 관련 업계는 지분 분배를 시장에 맡기거나 동등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해 여러 주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이나 핀테크, 가상자산 거래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주체들이 각각 지분을 갖고 협력 기반을 마련하자는 차원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각 주체가 어느 정도의 출자비중으로 참여할 것인지가 또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은 은행들이 주도하는 방안을 거론한다. 자회사 형태로 컨소시엄을 만들어 지분 51% 이상을 갖고 경영권을 쥐는 형태다. 

      한은은 금융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은행이 주도권을 가져야 자금세탁방지(AML)나 내부통제 등 기존 금융시스템에서 검증된 안전장치를 스테이블코인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경철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은 지난 18일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원화 시대 개막' 세미나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형태로 발행해야 한다"며 "(은행권이) 우선 신뢰성을 구축하고 핀테크 기업의 기술력과 비즈니스모델 등을 활용해 확장성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발행과 유통의 분리를 위해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야 한다. 만약 이때 은행들이 은행 자회사 형태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은행 주도의 구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법적으로 은행 등 참여 주체의 출자 비율을 규제할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유효성 약화와 외환거래 문제를 우려하며 은행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규제 산업'이라는 점을 들어 은행들이 컨소시엄을 주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강조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기술보다도 규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경험하지 않은 주체들이 처음부터 잘 할 수 있을지는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혁신을 위해 비은행권의 참여를 강조해 왔던 여당과 정부는 은행들이 컨소시엄 주도권을 갖는 방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도 은행과 플랫폼,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각각 동일한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은행권은 은행이 과도한 지분을 쥘 경우 규제 산업 특성상 '기존 금융권의 논리'만 강화돼 혁신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 모델은 핀테크·가상자산 사업자들이 더 앞서 있다는 점을 들어, 이들이 동등하게 참여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나 블록체인 기술도 못지않게 중요하고, 규제는 은행 수준으로 맞추면 될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의 경우도 비은행 신규 사업자들이 라이선스를 받아 은행권의 혁신을 이끌었는데 왜 스테이블코인에서 은행에 특혜를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설명했다.

      출자비중을 어떻게 할지의 문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주도권을 어떤 업권이 가져갈지에 대한 문제와 연결돼 있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수익을 누가 얼마나 가져갈 것인지와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각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엮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여러 의견이 오가면서 정작 은행권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조직개편과 맞물리면서 금융위의 정부입법안 마련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는 만큼 여러가지 안을 대비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컨소시엄을 몇 개나 허용할지, 그 중에 은행이 들어가는 컨소시엄은 몇 개일지 등등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다"라며 "규제가 워낙 중요하다 보니 규제가 발표될 때까지는 내부 체력을 기르며 기다리는 일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다른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된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라며 "금융위에선 컨소시엄 형태를 주장하는데, 법제화를 하는 쪽에서는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아 아직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와 사용성 등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고 있는 만큼 해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과 협력 모델을 꾸려 새로운 모델을 준비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은 테더, 써클 등 스테이블코인 관계자와 잇따라 회동 일정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최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정부 입법안을 오는 10월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새로 지명된 만큼 가상자산 2단계 입법과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