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에 물붓기 시작?…한온시스템 또 대규모 유증 예고에 한국타이어 '휘청'
입력 2025.08.22 07:00
    한온시스템 8개월 만에 또 대규모 유증 계획
    최대 1조2000억원까지 조달 전망
    최대주주 한국타이어 5000억원 이상 출자해야
    시총 2.2조 회사 지분 55% 사는데 2.9조 투입
    2027년초 잔여지분 매수 위해 또 3000억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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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한온시스템이 8개월만에 또다시 대규모 증자를 추진한다. 시가총액(약 2조3000억원) 절반에 가까운 1조원가량을 증자를 통해 마련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는데, 지난해 한온시스템의 경영권을 인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자금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14일 공정공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확충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최우선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내달 중순 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정관 변경을 통해 발행가능 주식수를 늘리고,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규모 및 방식 등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서 정관 변경 안건이 통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자의 규모를 단정하긴 이르지만 투자금융업계에선 최소 7000억원, 최대 1조2000억원 수준의 증자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상증자의 목적 자체가 재무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혀있는만큼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 대규모 증자가 불가피하단 평가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열관리 핵심부품인 히트펌프 시스템을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회사로 현대차그룹, 제너럴모터스(GM), 포드를 비롯한 유수의 완성차 그룹들이 주요 납품처다. 한 때 몸 값이 높아 M&A 시장에서 원매자를 찾기 힘들었을 정도로 우량한 회사이기도 했다.

      현재도 한온시스템은 공조 분야에선 독보적인 지위를 보유하고 있지만 저조한 수익성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회사는 지난해 10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도 영업이익은 1000억원도 거두지 못했다. 단순 영업이익률은 0.9% 수준이다. 완성차(현대차·기아 합산 영업이익률 8.7%) 기업과 비교해도 한 참 못미친다. 

      지난 2019년까지만해도 회사는 6%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나 매년 이익률이 떨어지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익창출력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회사의 재무 부담도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2015년 연결 기준 4000억원 수준의 총 차입금은 지난해 약 4조5000억원 수준까지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 이자비용으로만 약 2640억원을 지출했고, 연결 기준 순손실 약 3580억원을 기록했다.

      한온시스템이 1조원 이상의 증자를 진행하면 최대주주(55%)인 한국타이어는 당장 5000억원 이상을 출자해야하는 부담이 생긴다. 지난해 한온시스템의 경영권을 인수한 한국타이어가 현재 지분율까지 끌어올리는데 투입한 자금만 약 2조9000억원이다. 

      이번 유상증자에 수천억원을 투입한다하더라도 2027년 초 또 자금 소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한온시스템의 2대주주(21.6%)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경영권 지분 매각 당시 한국타이어와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양사의 계약에 따라 한앤컴퍼니는 2027년 1월부터 보유하고 있는 지분 가운데 약 40%를, 주당 5200원에 한국타이어 측에 매도할 수 있다. 해당 자금만 약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이 유의미하게 이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최소 5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며 "이번 증자로 한온시스템의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향후 수년 간 모회사인 한국타이어의 추가 자금 투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진 미지수다. 일단 한국타이어의 참여는 확실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앤컴퍼니가 2027년 투자금 회수를 앞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자금을 댈지는 예단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한온시스템이 대규모 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증권가에선 혹평을 쏟아냈다. 각 증권사들은 한온시스템은 물론 한국타이어의 목표주가를 내렸고, 투자의견 역시 '매수'에서 '중립'으로 조정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사실상 매도 시그널로 여겨지는 증권사 레포트의 '중립' 투자의견은 지난달 10건에서 이달 14건으로 증가했고, '매수' 의견은 5건에서 3건으로 줄었다.

      양사의 주가 모두 유증 발표 직후 각각 10% 이상 하락했다. 한온시스템은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하고 있지만 재무부담이 가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타이어는 여전히 하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