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채 투심 위축 우려 속…현대건설, ESG채권 첫발행
입력 2025.08.22 17:20
    녹색채권 형태로 최대 4000억 자금 조달
    친환경 건축물 대금 지급 위해 공모채 발행
    "재무상황 감안시 문제없이 조달 가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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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건설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에 나선다. 최근 건설 현장 산업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건설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목표액 조달이 가능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AA-)은 2년물 700억원, 3년물 700억원, 5년물 600억원 등 총 2000억원 규모로 공모 회사채 조달 계획을 세웠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4000억원까지 증액 한도를 열어뒀다.

      공모 희망 금리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오는 26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9월 3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눈길을 끄는 건 현대건설은 이번에 발행하는 공모채를 전액 ESG채권 중 녹색채권 형태로 조달하는 점이다. 최근 정부의 산업재해 관련 전방위 규제 추진으로 건설업황이 얼어붙은 가운데 녹색채권과 건설채에 대한 투심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건설업은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비(非)친환경 업종으로 꼽힌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폐콘크리트 등 건설 폐기물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ESG채권으로 발행이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원활한 기관투자가 모집이 가능해진다. 게다가 녹색채권 발행시 상장 수수료와 상장 연부과금이 면제된다.

      실제로 발행금액 2000억원 중 1947억원은 친환경 건축물인 녹색건축인증 프로젝트 진행 관련 대금 지급을 위한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나머지 53억원은 미국 텍사스주 루시(LUCY) 태양광 발전사업 지분투자를 위한 타법인증권취득자금으로 쓰인다.

      주관사단도 대형화했다.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 총 7곳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인수단은 현대차증권, 메리츠증권, 한양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월 총 3000억원 규모로 공모채를 조달한 바 있다. 당시 수요예측에서 건설업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兆) 단위 자금을 모으면서 최대 증액 한도까지 무난하게 발행이 이뤄졌다. 또 지난 7월에는 경상북도 포항시 환호공원 부지 공동주택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공사대금채권(약 3702억원)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약 2200억원을 조달했다.

      국내 신용평가3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는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에 대해 'AA-(안정적)'로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의 ESG 인증평가등급은 'G1'이다.

      시장에서는 건설업에 대한 우려보다는 현대건설의 신용도에 주목하며 무난히 목표액을 채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건설업 관련 법안 제정을 논의 중이긴 하지만, 향후 1~2년 이내에 신용상 이슈가 불거질 만한 종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시공 순위 상위권 건설사이며, 현대자동차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최근 건설업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현대건설의 재무상황을 감안했을 때 큰 문제없이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