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성과급 없는 'WM', 올해 상반기 증권사 '연봉왕' 독무대
입력 2025.08.25 07:00
    WM부문 인력 성과급 급등…'스타 PB' 중심으로 순위표 재편
    이연지급 효과 끝난 PF는 상위권서 퇴조…'연봉 킹' 자리 잃어
    업계 "안정적 수익원 확보 위해 WM 집중…하반기에도 주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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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상반기 증권사 고액 연봉자 리스트에는 자산관리(WM) 부문 인력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금리 인하 기대와 증시 활황에 따른 자산관리 수요 확대, 위탁매매·운용 수익 증가가 직접 반영되면서 프라이빗뱅커(PB)와 트레이더들의 성과급이 크게 늘었다.

      반면 2020년대 초반 성과에 기초해 지급되던 이연성과급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과거 ‘연봉 킹’을 차지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문은 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WM 부문은 이연성과급이 의무 적용되는 부문이 아니라, 지난해 성과를 올해 상반기 성과급으로 모두 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22일 증권가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에서는 WM부문 독무대가 펼쳐졌다. 윤창식 여의도리더스센터 영업이사(PB)가 상반기 48억6000만원으로 단연 1위에 올랐고, 문필복 광화문금융센터 전무(PB)도 20억2000만원을 받았다. 곽영권·이세훈·여은석 부사장도 각각 19억원대 보수를 수령했지만, 보수 상위권을 이끈 것은 WM이였다.

      NH투자증권도 PB 약진이 두드러졌다. 업계 대표 PB로 꼽히는 서재영 상무대우가 14억6000만원으로 윤병운 대표를 제외한 임직원 가운데 가장 많았다. 신재욱 전무(IB2사업부 대표)도 13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정영채 전 대표, 송원용 이사대우 등 퇴직금 효과로 경영진이 순위를 주도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PB와 IB 실무진이 전면에 섰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30억원대 보수로 '연봉 킹'에 올랐던 강정구 영업지점장이 퇴사하며 10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신윤철 영업지점장(7억6100만원), 노혜란 영업지점장(7억1500만원) 등이 천정환 상무(IB2부문장대행, 8억7000만원)와 함께 상위권을 형성하며, WM 부문 인력이 주로 포진했다.

      신한투자증권도 WM부문이 '연봉 킹'에 올랐다. 이정민 패밀리오피스 광화문센터장이 33억24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기록했고, 곽일환 파생본부장이 25억6600만원, 박준규 부서장직무대리가 16억62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WM과 파생 인력이 동시에 순위권을 주도한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WM 부문 인력이 경영진과 함께 상위권에 올랐다. 이정란 차장(PB)은 평사원으로 16억9000만원을 받아 WM 부문 중 가장 높은 보수를 기록했다. 김남구 회장(45억5000만원), 정일문 부회장(36억3000만원) 등 오너·경영진의 보수가 여전히 컸지만, 실무 PB가 나란히 순위권에 오른 점이 특징이다.

      KB증권은 WM과 IB가 상위권을 형성했다. 박성원 전문영업직(PB)이 14억6700만원을 수령했고, 주태영 전무(IB부문장)도 13억원대 보수로 뒤를 이었다. 김성현 대표가 20억260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으나, WM과 IB 인력이 함께 순위권을 채우며 경영진과 나란히 어깨를 나란히 했다.

      WM 부문의 규모가 비교적 작은 중소형사에서는 채권 부문 인력들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예상외로 시중금리가 하향세를 유지하며, 채권 관련 이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실제로 아이엠증권과 한양증권의 고액 연봉자 순위에서는 채권 부문 인력이 약진했다. 김우형 아이엠증권 이사대우가 24억4000만원, 이준규 한양증권 본부장과 이규진 센터장이 각각 17억~18억원대를 기록했다. 강은규 교보증권 부사장도 13억3000만원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중소형사 딜링룸 인력이 대형사 임원과 맞먹는 보수를 수령한 것이다.

      PF 임원들은 올해 상반기 보수 순위에서 찾기 어려웠다. 2021년까지의 성과에 따른 이연성과급이 지난해로 대부분 소진되면서, 올해는 지급 규모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PF 임원이 상위권을 지켰지만, 올해는 WM과 채권·파생 인력이 그 자리를 채웠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WM 부문이 고연봉자를 다수 배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안정적 수익원이 되는 WM 비중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연금 자산관리 센터를 신설하고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강화했으며, 삼성증권도 법인·임직원 대상 종합 자산관리 브랜드 'AT WORK'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증권사의 WM 집중 전략이 성과급 확대와 보수 순위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처럼 증시가 활황이면 WM이나 트레이딩 부문에서 고연봉자가 많이 나오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하반기에도 증시 강세가 이어진다면 해당 부문의 보수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으나, 대내외 경제 이슈 등으로 금리·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연봉 순위표는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