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데뷔한 신인 걸그룹 홍보모델로 발탁한 국민은행
SM과 파트너십·모델과 '장기 동행' 전략도 주목받아
신한금융은 김수현·뉴진스 등 논란 휩싸이며 '곤혹'
'대중적 모델' 앞세운 하나금융, 지주에서 일괄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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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국민은행이 데뷔 1년이 채 되지 않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신인 걸그룹 '하츠투하츠'와 광고모델 계약을 맺으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많은 연예인들이 선망하는 시중은행 모델 자리를 정상급 스타가 아닌, 신인 아이돌 그룹이 차지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선택의 배경으로는 국민은행과 SM엔터테인먼트 간 안정적인 파트너십이 꼽힌다. SM엔터 소속 걸그룹 에스파는 데뷔초였던 2022년에 국민은행 모델로 발탁된 이후, 5년째 계약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에스파와의 계약을 바탕으로 SM 소속 아이돌 가수인 NCT DREAM와도 손을 잡았다.
이러한 전략은 해외에서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K-POP이 대중화된 인도네시아에서 국민은행은 에스파와 하츠투하츠를 국민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전 부코핀은행) 홍보대사로도 기용해 홍보 효과를 높였다. 특히 하츠투하츠는 인도네시아 멤버가 소속돼 있어, 국민은행은 마케팅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데뷔 초반부터 아이돌과 함께하는 전략은 광고비 절감 효과도 크다는 게 광고업계의 분석이다. 정상급 그룹보다 초기 계약 금액이 낮은 데다 장기간 관계를 이어갈 경우 비용 효율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8년 방탄소년단(BTS)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는데, 기용 직후 BTS의 '러브유어셀프' 3부작 앨범이 미국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며 글로벌 대히트를 기록했다. 국민은행과 BTS와의 계약이 2021년 종료된 것을 두고 천정부지로 치솟은 몸값 때문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조심스레 제기된 배경이다.
국민은행은 금융권 내에서도 특히 안정적 장기 계약관계를 선호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6년 후원을 시작해 20년간 동행하고 있는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가 대표적이다. 은행은 물론, 손해보험과 카드(KB페이) 광고에도 발탁하며 그룹 차원의 이미지 모델로도 활용하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은 광고모델과의 '악연'으로 곤혹을 치러왔다. 뉴진스, 김수현 등 기용했던 모델들이 잇따라 논란에 휘말리며 재계약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모델 '운'이 너무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6월 배우 김수현을 약 13년 만에 그룹 통합 모델로 발탁했다.그러나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며 자취를 감췄다. 지난 2022년 신한은행 모델로 발탁된 뉴진스 또한 플랫폼 '슈퍼쏠(SOL)' 모델로 내세웠으나 소속사 분쟁 여파로 계약을 연장하지 못했다. 올해 초엔 배우 겸 가수 차은우를 대표 모델로 기용했지만, 지난 7월 군대에 입대하며 추가 활동은 어려운 상태다.
최근 신한은행은 대표 모델보다는 상품별로 다른 모델을 쓰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 서비스 광고에 방송인 장도연을 발탁한 게 대표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주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모델을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손흥민·임영웅·강호동·지드래곤·안유진 등 대중적 인기를 가진 모델들이 지주와 계약을 맺고 은행뿐 아니라 보험·증권 등 그룹 계열사 광고에도 등장한다.
KB·신한·우리금융 등이 모델별 전략을 고려해 계열사별로 모델을 분리해 운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필요 시 지주 모델도 은행 등 계열사와 계약을 맺고 광고모델로 기용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2019년 블랙핑크 이후 한동안 메인 모델을 두지 않았다. 민영화를 진행하며 광고선전비 등 영업비용을 줄여야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후 과점주주 체제가 안정기에 접어든 2022년 가수 겸 배우 아이유를 그룹 대표 모델로 발탁했다. 지난해 계약 연장으로 아이유는 우리금융그룹과 함께하는 첫 장기 모델이 됐다. 지난 2월에는 아이브(IVE) 장원영을 은행 신규모델로 추가 발탁하며 모델 라인업을 강화했다.
하나금융지주가 그룹 IVE 소속인 안유진을 광고모델로 발탁한 가운데, 우리은행이 뒤이어 같은 그룹 소속인 장원영을 메인 모델로 발탁하면서 금융그룹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그림이 빚어진 것이 광고업계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은 당대 최고 인기를 구사하는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발탁하는 '대세 스타'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로 주목받은 변우석과 '무빙'으로 인기를 끈 고윤정을 연이어 광고모델로 발탁하며 화제성을 높였다.
은행 간 광고모델 경쟁이 치열해지며 지난해 5대 은행의 광고선전비는 7379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모델의 경우 제일 대중적이고, 이미지가 좋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모두들 욕심을 내는 자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