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회계법인 채용규모 700명 밑도나…'AI 쓰나미' 시작?
입력 2025.08.28 07:00
    이번주 최종 면접 진행...신입 회계사 수요 축소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막판에 인력 늘릴수도
    “현행 1200명인 회계사 합격자 인원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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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의 올해 신입회계사 채용 규모가 700명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회계사 합격자는 1200명 수준인데, 빅4가 그중 약 60%만 수용한다는 의미다. 합격만으로는 주요 회계법인 입사를 장담할 수 없는 ‘좁은 문’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인에 채용 확대 압박도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는 낮아진 퇴사율과 AI 중심의 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무작정 인력을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작년 800명대였던 신입 채용이 올해는 700명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채용 조건은 한층 까다로워졌다. 다만 신입 채용이 사회적 기여와 관련이 되다 보니 채용규모를 막판에 늘릴 가능성은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디지털전형’을 신설해 프로그래밍·데이터·AI 역량을 평가하며, AI 면접·블라인드 리더십 면접을 도입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전통적인 회계·세무 업무 외에 컨설팅 부문에서도 신입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IT 이해도와 데이터 분석 능력을 신입 선발 기준으로 명시했다.

      안진회계법인은 SQL, Python 등 데이터 관련 자격증 보유자를 우대하고, 입사 후에도 AI 활용 교육을 운영한다. 한영회계법인은 기존 채용 기조를 유지하되, 전년 대비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꾸준히 인력 재편에 나선 결과다. 

      전체적인 틀에서 단순 회계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며, AI 활용 능력·컨설팅 경험·디지털 자격증 등 ‘확장형 역량’이 요구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빅4를 준비하는 신입 회계사들로선 불과 몇년 전처럼 서로 ‘모시겠다’는 경쟁은 없어지고, 빅4를 위한 입사 준비로 자격증 등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를 두고 일시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채용 규모 축소의 직접적 원인은 퇴사율 급감이다. 코로나 시기 유동성 장에서 PEF·스타트업으로의 이직 수요가 컸지만, 현재는 사실상 사라졌다. 빅4 내부 이동 정도만 남아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처우 개선까지 이어지면서 퇴사율이 지나치게 낮아져 신입 충원 수요가 줄어드는 역설이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해외 빅4도 채용 축소와 AI 중심 전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퇴사율 감소·AI 확산·컨설팅 중심 채용 확대도 글로벌 트랜드다. 글로벌에서도 AI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전통 감사 업무에서 인력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과도기인 현재는 AI 등 디지털 역량이 있는 인재를 선호하지만, 추후에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마저도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채용 규모를 늘리라”는 압박보다는, 합격자 수 자체를 시장 수요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빅4 관계자는 “올해도 겨우 채용 인원을 맞추는 상황”이라며 “AI 전환과 낮은 퇴사율을 고려하면 회계사 합격자 수와 시장 수요 간 괴리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