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열풍에도 케이팝株는 조정 국면…오너 리스크·밸류 부담
입력 2025.08.28 07:00
    '케데헌', 넷플릭스 역대 1위 시청 영화 등극
    메인스트림이 된 '케이팝'…주가 영향은 아직
    "이제부터 진짜 글로벌" 케이팝 전략 변곡점?
    내년 BTS 컴백하는 하이브,오너리스크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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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넷플릭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글로벌 시청 기록을 갈아치우고 OST까지 빌보드 정상에 올랐지만, 하이브를 비롯한 국내 엔터주는 여전히 조정세다. 

      투자자들은 글로벌 K팝 열기보다 밸류에이션 부담과 오너 리스크,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불확실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번 ‘케데헌’ 열풍이 드러낸 글로벌 콘텐츠 시장 변화의 순풍을 각사가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케데헌’의 누적 시청 수는 2억3600만 회로, 넷플릭스 영화 부문 역대 1위에 올랐다. 이전까지는 2021년 11월 공개된 영화 ‘레드 노티스’(2억3090만 회)가 4년 가까이 정상을 지켜왔다. TV쇼까지 포함하면 '오징어 게임' 시즌1(2억6520만 회), '웬즈데이' 시즌1(2억5210만 회)에 이어 역대 3위다.

      OST 성과도 두드러진다. 주제곡 ‘골든(Golden)’은 최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케이팝 곡이 정상에 오른 것은 2년 만이며, 걸그룹 노래가 1위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전세계적인 ‘케데헌’ 열기가 국내 엔터주들에는 즉각적인 호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빌보드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하이브, SM엔터, JYP, YG플러스 등이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달부터 조정 국면에 접어들며 상승세는 제한적이다. YG플러스는 넷플릭스와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OST 글로벌 유통 제휴를 맺었다. 27일 하이브는 전날 대비 약간 하락한 29만5000원대에서 횡보하는 모습이다.

      하이브 등 엔터주는 지난달 들어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BTS 복귀 기대, 중국의 ‘한한령’ 해제 전망,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 회피 자산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7월 들어 기관들의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고 고밸류 부담이 겹치며 조정세로 전환했다. 하이브는 이달 초 32만3000원까지 올랐으나 7월 말 24만6000원으로 밀렸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SM엔터, JYP 역시 기관 매물 출회로 조정을 겪었다.

      중국의 한한령 해제도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대형 기획사들이 일부 아티스트들의 중국 활동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치적 변수 탓에 뚜렷한 신호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특사단장인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특사단 간담회에서 “한한령 해제 등 문화 콘텐츠 개방을 요청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있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서는 ‘케데헌’ 흥행과 2분기 호실적이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다소 개선됐다. 업계에서는 ‘케데헌’이 단기 주가 변수라기보다 K콘텐츠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케이팝이 더 이상 서브컬처가 아닌, 글로벌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동시에 ‘K콘텐츠’의 정의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케데헌’은 한국계 캐나다인이 만들고, 미국 소니 픽처스가 기획·제작했으며, 넷플릭스가 투자·배급했다. 한국 문화의 디테일한 고증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는 외국 제작자도 한국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더해 국내의 독자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과연 ‘한국만의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일부 투자사들이 ‘케데헌’ 투자 제안을 받았으나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10년간 투자자를 찾지 못했던 ‘오징어 게임’ 사례처럼, 글로벌 흥행작이 국내에서 초기 자금을 유치하지 못한 아쉬움이 반복된 셈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다시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업계는 국내 엔터사들이 글로벌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본다. 하이브는 이미 해외 M&A, 현지 거점 확보 등 글로벌 행보를 주력으로 해왔다.

      지금이야말로 글로벌 메인스트림 진출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기이며, 그 성과에 따라 장기 사업 전망이 달라질 것이라는 평가다. 

      하이브의 미국 현지 법인인 하이브 아메리카는 미국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2027년 2월 극장 개봉을 목표로 K팝 주제 영화를 제작 중이다. 해당 영화 또한 '케데헌'이 기획 및 제작에 들어간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기획된 작품으로 알려진다.

      이런 가운데 하이브는 방시혁 의장이 과거 IPO 과정에서 투자자를 속이고 수천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으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경찰 조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SM처럼 지분 분쟁이나 경영권 갈등은 아니다 보니 당장 사업에 미치는 타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투자심리에 부담이 될 가능성은 크다. 또한 BTS의 전역 후 완전체 컴백이 내년 봄으로 예정돼 있어, 팬들과 시장 모두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도 엔터 투자 경험이 쌓이고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단기 이벤트나 성과로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경우는 줄어드는 추세”라며 “다만 실적 악화나 대내외 악재 등 확실한 변수에는 여전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어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처럼 하나의 대형 콘텐츠가 미치는 무형의 영향은 크기 때문에, 이번 ‘케데헌’ 열풍도 국내 콘텐츠·엔터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