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으로부터 해당 기술 직접 도입 추진 중
에피스 "기술도입 규모·시기 정해진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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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가 중국 바이오 기업이 보유한 신약 개발 관련 기술을 직접 사들인다. 이 회사는 올해 안으로 개발하던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을 본격화할 계획이었지만, 중국 기업이 보유한 특허가 향후 분쟁으로 불거질 우려가 제기되며 기술도입(라이선스인)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인적분할 이후 기업가치(밸류)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만큼, 해당 특허가 이 회사의 신약 개발 사업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과 관련한 기술을 중국 기업으로부터 직접 사들이기 위해 기술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도입 규모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연내 이 관련한 세부내용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중국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일부 유사한 기술을 적용한 ADC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을 이르면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도입하려는 기술은 '넥사테칸T3(NxT3)'과 관련한 것으로 파악된다. NxT3는 국내 바이오 기업 인투셀이 개발한 ADC 개발 기술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는 항체와 이를 공격하는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라는 물질로 연결한 것이다.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모두 공격하는 기존의 암치료제보다 정상세포를 공격할 가능성이 작아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다. 인투셀에 따르면 NxT3는 ADC의 치료 효과는 높이고 독성은 줄인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인투셀과의 협업을 통해 NxT3를 적용한 ADC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왔다. 이를 올해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시킬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인투셀이 최근 NxT3의 특허침해분석을 진행한 결과, 한 중국 기업이 보유한 약물의 구조가 이와 유사하고 특허도 선행 공개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허 출원 이후 18개월 동안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이른바 '잠수함 특허'로 해당 특허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오 기업이 다른 기업의 특허와 유사한 기술로 신약을 개발하면 해당 특허를 보유한 기업과 특허 소송을 비롯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국기업으로부터 해당 기술을 직접 사들이기로 했다. 신약 후보물질 개발 단계가 상당히 진척된 만큼, 연구개발(R&D) 과정에서 발생할 위험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인적분할 이후 신약 개발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는 점도 이런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각기 다른 사업을 영위한 두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독립적인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이유를 내건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성과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을 공개하면 자체적으로 개발한 파이프라인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기도 하다.
투자금융(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밸류를 산정할 때 절반 정도의 증권사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밸류를 0으로 봐왔다"라며 "인적분할 비율이 65 대 35인 점을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밸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판단한 셈"이라고 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인적분할 이후 밸류를 제대로 증명할 것인지를 봐야 한다"하며 "바이오시밀러 외 신약과 플랫폼 기술 등의 사업 확장이 밸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