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등 기대 무색…3분기 전망 "녹록지 않아"
자회사 매각 작업 영향 미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딜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이란 관측, '불씨'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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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현대제철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노사 갈등이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철강 업황 부진에 뚜렷한 실적 개선 카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은 회사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로 인해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자회사 매각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 섞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노란봉투법은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계는 '진짜 사장'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게 됐다며 반기고 있지만, 기업들은 부담이 적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협력업체 고용 구조를 광범위하게 운영해온 제조업계에선 법 시행이 본격화될 경우 대응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최근 법원은 원청 고용 책임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면서 기업에 유리한 법적 판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노조는 노란봉투법 통과 직후 원청을 직접 겨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제철의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조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직접 고소하며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불법 파견 판결에도 불구하고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제철 사태를 두고 "노란봉투법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현대제철은 노조측과 투쟁을 겪어온 대표적인 기업이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1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업황 부진과 노사갈등으로 인한 파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판재부문에서 1분기 판매량은 파업 등 영향으로 다소 감소됐다"고 밝혔다. 일회성 요인이 걷히며 2분기는 연결기준 1018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회사는 2023년에도 실적 부진과 관련해 "시황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고 그 다음이 노조 파업"이라며 "62일 동안 파업이 있었고 그로 인한 고정비가 증가했다. 재고자산 평가손에 일회성 요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번 노사 갈등도 장기화될 경우 실적 개선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업황 특성 등을 고려하면 2분기 보다 더 나은 실적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노조 리스크까지 겹치며 향후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자회사 매각에 걸림돌이 생기는 것 아니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비핵심 자산인 현대IFC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대IFC는 조선업에 쓰이는 단조 제품을 생산한다. 8월 14일 본입찰을 마쳤고,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동국제강이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철강업 회사로서 시너지가 기대됐다. 하지만 동국제강은 재무 부담 등을 이유로 인수 의사를 접었다. 동국제강이 빠지며 인수전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 간 3파전으로 재편됐다. 본입찰에는 미래에셋PE, 파인트리PE, 우리PE가 참여했다.
미래에셋PE가 현대IFC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위로금, 브랜드사용과 관련한 확약사항, 특별면책 등에 대해 세부 논의를 진행중이다. 가격은 2400억원 안팎에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가 모두 사모펀드란 점에서, 구조조정 등 이슈에 민감한 현대제철 측 노조의 반대가 발생할 수 있단 분석이 나왔다. M&A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당장의 진행 중인 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는 '불씨'인 만큼 향후 협상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관측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2차 상법개정 등으로 실제 PEF들이 다른 투자 전략을 검토하는 등 기류가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미 진행 중인 딜에 당장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런 이슈 때문에 거래가 멈추는 일은 현실적으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2분기 연결기준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별도 기준으로는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제철에 쌓인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제철의 3분기 실적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는 봉형강 판매가 비수기로 접어들며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열연 강판은 반덤핑 잠정관세 부과 결정이 내려지며 가격 상승 효과가 기대됐지만, 단기적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 발주사들이 제재 시행 전 이미 재고를 확보해 둔 탓에 발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철근과 형강 가격 역시 2분기 반짝 반등했지만, 3분기 들어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하청업체 전체가 파업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하청업체가 주로 맡는 공정도 생산보다는 물류나 운반 설비 쪽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제철과 계열사, 하청업체를 모두 합쳐 약 2만명 정도가 근무 중인데, 이 가운데 현대제철의 직접 고용 인력이 1만1000명, 하청업체 인력은 3600명 수준"이라며 "숫자로만 봐도 하청 인력이 절대적으로 많은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