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증액 요구에 물가변동 배제특약 유효성 쟁점
분양계약 해제 사례 늘어…법적 예방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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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개발사업을 둘러싼 법률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토지매매 단계에서부터 준공 후 분양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계약 해제와 손해배상 청구가 잇따르고 있어, 부동산업계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부동산포럼은 28일 오후 '개발사업 관련 법률 분쟁' 오픈세미나를 개최했다. 최승관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가 발표자로 나섰다. 송종헌 서울부동산포럼 회장(GRE파트너스 대표)은 이날 "노란봉투법, 중대재해법 등 이슈로 전 업계가 법률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며 "부동산 업계도 마찬가지로 법률적 혜안과 지식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PF대출 중단으로 토지 잔금 못 치러 연쇄 분쟁
대표적 사례로는 부천 이마트 중동점 토지거래가 거론됐다. 시행사인 알비디케이콘스가 이랜드로부터 평당 1억5000만원에 매입계약을 체결했으나, PF 조달 실패로 2022년 3월 계약 후 현재까지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랜드는 새로운 계약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최 변호사는 "보통 집이나 땅을 사면 상거래관념상 10%를 내지만 대규모 계약은 다르다"며 대형 토지거래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실제 서울동부지법에서 다뤄진 66억원 규모 토지거래 사건에서는 매수인이 PF대출 중단을 이유로 계약해제를 시도했지만, 법원은 사정변경에 의한 해제는 불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 예정액이 과다하다며 계약금 50%(3억3000만원) 반환을 명령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 유효성 논란 가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급등은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를 불러왔다. 이와 관련 최 변호사는 "둔촌주공 공사비 분쟁 파장처럼 시공사에서 설계변경·물가변동을 통해 공사비 증액을 계속 요구하고, 안 되면 공사를 중단하는 사례가 잦다"며 "수분양자들에게 물어줄 돈이 생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유효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과거에는 물가변동이 크지 않아 큰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근 3년간 뜨거운 쟁점이 됐다. 2023년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개정해 물가변동 반영 조항을 상세히 넣었지만, 관(官)공사와 달리 민간공사에서는 참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법원은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공공공사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되, 부당특약에 해당할 경우 무효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민간공사의 경우 부산고등법원이 2023년 건설산업기본법을 근거로 배제특약을 무효로 판단한 사례가 있지만, 아직 확립된 판례는 아니다.
최 변호사는 "결론부터 말하면 민간공사에서는 아직 유효하다"면서도 "시행자는 손해 가능성을 인지해야 하고, 시공사에 전가하려면 책임 분담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양계약 해제 요구 급증, 법적 한계는 명확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분양계약 해제를 시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최근 변호사에게 전화가 많이 오는 분야가 생활형 숙박시설"이라며 "분양계약 취소해준다는 변호사들의 마케팅이 있지만, 사실상 중도금이 들어가면 해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일부 변호사들이 파산을 통해 계약에서 빠져나가도록 조언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사기파산'에 해당해 2중, 3중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분양계약 해제가 인정되는 경우들도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상가 내부의 벽면에서 떨어진 기둥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금 반환을 명령했다. 수원고등법원은 입점예정일 약정 위반 사건에서 시행사의 적법한 이행제공으로 해제권이 소멸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광주고등법원이 산업집적법 개정으로 상가 호실 수가 29개에서 62개로 2배 이상 늘어난 경우,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분양계약 해제를 인정한 사례다.
최 변호사는 "개발사업 관련 법률문제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어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계약 단계에서부터 리스크를 분산하고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개발업계는 당분간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법률분쟁 예방을 위한 계약서 작성과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