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요청 뚝 끊긴 정무위, 금융권엔 '숨 고르기'
이억원 청문회, 국감 쟁점 미리보는 무대 될까
국감 앞둔 금융사, 특검 변수에 민감도 최고조
-
국회 정기국회가 임박했지만 올해 국정감사는 예년과 달리 준비 기간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장관급 인사청문회가 9월에 집중되면서 국감이 사실상 청문회 직후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벼락치기' 대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올해 국감은 큰 파장 없이 관례적 절차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24일 복수의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정감사는 통상처럼 9월 말~10월 초 시작이 유력하다. 다만 청문회 일정이 겹치면서 한 달 남짓의 준비 기간마저 줄어든 상태다. 여야 모두 청문회 소화에 급급해 국감 준비는 사실상 손도 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을 관할하는 정무위원회는 현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여야는 각각 9월 2일과 5일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으며, 오는 26일 전체회의에서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정치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어, 일정이 다시 미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같은 사정으로 상임위 차원의 자료 요청도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청문회 일정이 우선이다 보니 의원실에서도 국감 준비를 뒤로 미룬 상황"이라며 "통상 국감 한 달 전쯤 의원실에서 요청하는 자료도 올해는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금융권 대관 담당자들은 이를 오히려 '숨 고를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8월 말이면 의원실에서 자료 요구가 쏟아지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조용하다"며 "당장 긴장감은 덜한 편"이라고 전했다.
업계가 안도하는 배경에는 예상 가능한 의제 구조가 있다. 준비가 미흡한 만큼 질의 역시 공개된 정보나 기존 이슈 위주에 머물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의원실 입장에서도 자료 확보와 취재에 시간이 부족해, 이미 언론에 보도된 사안을 재차 확인하거나 주의를 촉구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변수는 금융당국 수장 교체다. 이억원 후보자는 최근 예금보험공사에 청문회 준비 사무실을 꾸리고 본격적인 정책 검증을 대비하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 생산적 금융, 포용금융 등 굵직한 과제가 쟁점으로 거론되며, 이 과정에서 제기된 논점들이 국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금감원 조직개편, 제4인터넷은행 인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등 현안과 맞닿아 있는 주제도 청문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국감을 앞둔 '리허설' 성격을 띨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 지형 역시 금융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총선 이후 첫 정기국회에서 여야 모두 내부 정치 현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금융 이슈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전 정권을 겨냥한 특검 수사와 맞물려 있는 일부 금융사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사가 진전되든 아니든, 국감에서 이 문제가 다뤄지는 것만으로도 해당 금융사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 금융사는 잠잠하지만, 소위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곳들은 비상이 걸린 상태"라며 "특히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둔 회사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