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기 속 금융지주사 신종자본 발행 러시…발행금리 눈치싸움 치열
입력 2025.08.29 15:29
    BIS 비율 제고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 가속화
    대형사·중소형사 간 금리 밴드 눈치싸움 본격화
    “생보사·리테일 수요로 투자 열기 이어질 듯”
    연말 CFO 성과 평가로도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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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하반기 들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타기본자본 확충을 통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더불어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 발행 금리가 눈에 띄게 낮아지는 등 자금 조달 여건이 우호적으로 전환된 점도 긍정적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채권이다. 채권임에도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인 장기물이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으로 구분돼 시간이 흐르면 자본인정비율이 낮아진다.

      4대 금융지주 중 하반기 첫 신종자본증권 발행 주자로 나선 곳은 하나금융지주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일 총 27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720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종적으로 4000억원 증액 발행을 확정했다.

      금리 인하기를 맞아 금융지주사 발행 금리도 하락하는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하반기 금리 산정 바로미터 역할 맡았다. 하나금융지주는 공모 희망 금리로 3.0%~3.5%의 절대 금리 수준을 제시했다. 최종 발행금리는 연 3.29%로, 올해 들어 금융지주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 1월 KB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는 4%, 2월 신한금융지주는 3.9% 수준이었다. 상반기만 해도 4% 안팎의 금리가 형성되며 금융지주사들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3%대 초반까지 금리가 내려온 모습이다.

      이후 9월 초부터 ▲신한금융지주(2700억원) ▲한국투자금융지주(2500억원) ▲iM금융지주(1000억원) ▲메리츠금융지주(1000억원) ▲우리금융지주(2700억원) ▲BNK금융지주(1050억원) 등의 순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 일정을 잡아뒀다. 대부분 추석 연휴 이전에 자금 조달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우리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는 10월 중순 발행을 목표로 한다.

      추석 전후로 수요예측 전략을 달리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 증권사 DCM본부장은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려면 추석 전 발행이 유리하다”며 “반대로 추석 이후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대형 이벤트 직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금리 스프레드가 더 우호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별 지주사들의 공모 희망 금리 밴드를 두고 눈치게임도 치열하다. 4대 금융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공모 희망 금리를 하나금융과 동일한 3.0%~3.5% 수준으로 제시했다. 대형 지주사들이 비슷한 수준의 금리로 맞추면서 시장은 대체로 안정적인 수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메리츠금융지주는 4.0%~4.5% 수준, 한국투자금융지주는 4.3%~4.8% 수준으로 다소 높은 밴드를 제시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iM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 중소형 지주사들은 아직 금리 밴드 수준을 결정하지 않았다”며 “메리츠금융지주의 발행 금리 수준을 지켜본 뒤 금리 밴드 조정을 재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투자 수요도 비교적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금융지주사들의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생명보험사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후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신종자본증권은 생보사들이 주요 매입 주체로 꼽힌다”면서 “메리츠, 한국투자금융지주처럼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종목은 리테일 시장에서도 소화가 잘되는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 흐름은 단순히 BIS 비율 제고를 넘어 각 금융지주사의 재무전략 실행력, CFO의 자금조달 역량 평가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 타이밍과 금리 수준은 곧 CFO의 성과지표(KPI)에 반영된다”며 “조달비용 절감과 BIS 비율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가 CFO 평가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