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G 회수 무산 시 경영참여 권한 강해질 듯
지배력 약화한 카카오 연결에서 빠질 수도
어수선한 중 우량기업 실적 빠지는 것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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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그룹의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자 교체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주요 투자자인 TPG의 회수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거래가 무산되면 TPG의 경영 참여 권한이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배력을 잃고, 종속기업에서도 빼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 중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자 교체 작업은 순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집사게이트' 수사가 본격화하며 교착상태에 빠졌다. 카카오모빌리티 등은 지난 2023년 IMS모빌리티에 투자했다. 특검팀은 김건희 여사가 이 투자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 보고 수사 고삐를 죄고 있다.
IMS모빌리티 투자에 대해 특검팀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안고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하기는 부담스럽다. 게다가 검찰은 김범수 창업자에 대해선 SM엔터테인먼트 인수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징역 15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 상황에서 당장 카카오모빌리티에 큰 돈을 댈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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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투자자 교체가 무산되면 카카오도 아쉬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카카오의 스마트모빌리티 사업이 분할돼 설립됐다. 설립과 성장 과정에서 핵심 투자자로 나선 것이 TPG다. TPG는 투자 유치나, 사업 방향 설정, 마케팅 전략 등에도 힘을 보탰다.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사실상 공동 경영자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투자자 교체 작업이 실패하면 TPG가 더 본격적으로 경영에 관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TPG는 기업공개(IPO) 추진을 비롯, 다양한 경영 관련 위원회를 소집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상장부터 각종 비용 집행, 투자까지 경영 전반에서 TPG의 동의 혹은 허락을 얻어야 할 수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지배력은 약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의 연결대상 종속회사에서 빠져 '관계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근거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한 회계법인 파트너는 "투자자가 이사회 안에서 각종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갖거나 이사를 더 많이 선임할 수 있다면 기존 모회사가 종속회사를 지배할 힘이 없어진다"며 "TPG가 가진 권한이 막강하다면 회계적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연결회계에서 빠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연결대상에서 빠지면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율만큼만 실적을 인식해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영업수익 6749억원, 영업이익 929억원을 올렸는데 카카오는 이 중 절반 가까이를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는 "TPG에 카카오-카카오모빌리티의 연결을 끊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들었다"며 "카카오그룹 상황이 어수선한데 연 2000억원의 상각전영업이익을 거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연결에서 빠지면 더 시끄러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카카오도 TPG의 투자회수에 적극 협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FI를 들이되 TPG에 부여했던 권리들은 삭제해 부담을 줄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투자자의 요구에 맞춰 카카오모빌리티 구주 중 일부도 함께 넘겨 주기로 했고, 주주간계약도 우호적으로 협의하고 있었다.
현재 카카오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다. 카카오가 TPG 지분을 사올 것이란 언급이 돌았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 금액도 부담이지만 지주비율(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자산총액)이 50%를 넘어 지주사로 전환될 수 있어서다. 주요 주주인 칼라일그룹은 TPG의 지분을 인수하려 했으나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