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 11번가 콜옵션 논란 종지부 눈 앞…조만간 처리 방안 도출한다
입력 2025.09.02 07:00
    SK스퀘어 FI 측에 제시안 마련중
    이달 내 협상 테이블 마련 전망
    최소 4000억 묶인 국민연금
    투자금 회수길 열릴까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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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스퀘어가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에 대한 처리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전망이다. 이달 내 투자자(GP)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투자금 회수와 관련한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이르면 이번 주 중 11번가 투자자인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 측에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시할 전망이다. SK스퀘어는 지난 2023년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 지분 약 20%에 대한 콜옵션(매수청구권)을 포기했는데, 주주간 계약에 따라 2년이 지난 2025년 10월부터 재차 콜옵션 행사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에 SK스퀘어가 협상안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은 2차 콜옵션 행사 시점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FI 측에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2023년 콜옵션 행사를 포기한 이후 SK스퀘어와 FI측은 11번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오아시스를 비롯한 다수의 원매자들과 접촉했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현재 11번가의 지분율은 SK스퀘어 80%, FI 측 20%로 SK스퀘어가 경영권을 갖고 운영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장래 사업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고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이 11번가에 대한 외부 투자를 유치할 당시의 기업가치는 2조7500억원 수준이었다. 약 7년이 지난 현 시점(2025년 6월 기준)에서 SK스퀘어가 보유한 80% 지분의 장부가액은 약 6600억원으로 지분 100%로 환산해도 장부가액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매년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추세이지만 SK스퀘어는 지난 2년간 FI 측에 향후 지분 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SK스퀘어와 FI 측의 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될 것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11번가의 최대 투자자는 국민연금으로 투자금은 약 4000억원(직접투자 3500억원, 간접투자 500억원 등)이다. H&Q 측은 SK스퀘어 측에서 최소한 원금과 일정부분 수익률을 보장한 협상안이 제시돼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SK스퀘어가 11번가 지분 20%를 사들이기 위해 콜옵션을 행사하고, 당장 수 천억원의 자금을 부담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부 상환 또는 유예, 투자기한 연장, 포괄적주식교환을 비롯해 FI의 일부 투자금 회수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은 높은데, 이 과정에서 혹시 나올지 모를 일부 주주들의 반발도 최소화해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결국 국민연금 자금이 묶여있기 때문에 물러서기 어려운 FI와 당장 수 천억원의 자금을 출자하기 부담스러운 SK스퀘어 사이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이번 협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최근 이찬진 신인 금융감독원장이 부임한 이후, 금융당국은 사모펀드(PEF)를 향한 관리 강화와 더불어 국민연금의 사모 출자까지 들여다보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일단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MBK에 대한 제재를 시작으로 국민연금의 투자건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추후 대규모 자금이 묶여있는 11번가에 대한 출자 과정까지 사정권에 들게되면 국민연금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년 전과 달리 SK스퀘어 측이 사전에 협상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올해 SK그룹 내 빨라진 정기인사와도 맞닿아 있단 평가다. 현재 SK그룹이 사업재조정(리밸런싱) 및 실적 회복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 인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리밸런싱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계열사는 역시 11번가로, 이번 FI와의 협상은 수 년간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이번 기회에 털어내려는 움직임이란 평가도 나온다.

      SK스퀘어는 11번가 처리방안에 대해 "여러 이해관계자를 위한 해법을 찾고 있으며 명확한 방향이 결정되는대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