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신보·기보 통합이 주요 과제
중복보증 등 업무 중첩 지적 지속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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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다시 통폐합 기로에 섰다.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을 들여다보겠다고 한 가운데 금융권에선 신보와 기보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업무 중복에 대한 지적이 꾸준한 가운데 양 기관의 수장들이 모두 임기가 만료되면서 긴장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산하 기관들의 업무 및 비용 구조 등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공공기관 통폐합을 논의하기로 함에 따라 금융 공공기업의 전반을 둘러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폐합 우선순위는 발전 공기업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지만, 금융공기업도 검토 대상이다. 금융권에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폐합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두 기관은 업무 영역이 중복돼 일부 기업에 지원이 쏠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보·기보의 중복보증 금액은 연간 1조원 대를 유지하고 있다. 중복보증이 법적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는 더 많은 기업에 자금 보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보와 기보는 중복보증이 아닌지를 매번 점검해야 할 만큼 지원하는 기업의 풀이 비슷하다"며 "사실상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면 통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신보는 중소기업 보증 업무를 위해 1976년 설립됐다. 이후 기술 개발을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기술 신용보증제도 업무를 분리했고, 1989년 기보가 탄생했다. 현재 신보는 금융위 산하에 있으며 기보는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로 이관됐다.
신보·기보 통폐합 문제는 정권 교체 때마다 거론됐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정책금융 역할을 재편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신보를 중기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소관 부처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번번이 발목을 잡은 건 인력 조정 문제였다. 통폐합 후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탓에 각 기관의 노조가 거세게 반발했다. 소관 부처에서는 영향력 약화를 우려했고, 기관장 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반감도 컸다.
다만 현재 금융위원장이 공석이고, 신보와 기보 모두 이사장의 임기가 종료된 상황이다. 정부 조직개편을 앞두고 주요 기관들의 수장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이전과 달리 통폐합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다음달 2일 청문회를 앞두고 있고, 최원목 신보 이사장은 28일 임기가 종료됐다. 김종호 기보 이사장도 작년 11월 임기가 만료됐지만 아직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이번 정부는 재정 부담 감축 차원에서 공공기관 통폐합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공기관 통폐합도 좀 해야 할 것 같다"며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기로 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공기업도 너무 많아서 기능 조정이 필요한 기관들"이라며 "통폐합 문제를 다룰 TF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9월 정부 조직개편안 확정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TF 활동 범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기존에 논의되던 내용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후에는 국회로 공이 넘어가게 된다. 관련 법 개정과 예산 편성 등이 남아있어 쉽게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개편안 발표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그사이 획기적인 통폐합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처야 정부의 영향권에 있다고 해도, 노조의 저항이 클 텐데 이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