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조기 인사 가능성 부상…SK㈜·SKT 등 주목
입력 2025.09.03 07:00
    10월 CEO 세미나, APEC 행사 전 인사 가능성 솔솔
    장용호 사장 겸직 SK㈜·이노베이션 중 한자리 날 듯
    해킹 사고 vs. AI 선봉장…SK텔레콤 인사 전망 분분
    SK스퀘어 등 리밸런싱 우등생 인사 성적표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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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이 올해 조기 정기인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재조정(리밸런싱)과 실적 회복이 급한 만큼 인사를 앞당겨 내년 준비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SK㈜와 SK텔레콤의 내년 경영진이 어떻게 구성될지 관심이 모인다. SK㈜는 장용호 사장이 SK이노베이션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고, SK텔레콤은 올해 대형 사고가 났던 터라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SK그룹은 통상 12월 첫째 주 목요일에 다음해 정기인사를 단행한다. 사장단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의 인사 발표가 동시에 이뤄진다. 그룹에 중대사가 있지 않은 한 이런 전통이 이어졌다. 작년에도 조기 인사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변동은 없었다.

      올해도 SK그룹 조기 인사 가능성에 거론된다. 11월, 이르면 10월에도 그룹 인사가 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그룹 안팎에서 돌고 있다. 올해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 그룹인 만큼 시장의 관심도 높은 분위기다.

      SK그룹은 보통 10월말 CEO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불과 한 달여 뒤 정기인사가 단행되면 그 때 논의한 전략의 연속성이 훼손될 수 있다. 정기인사에서는 사장단과 임원 인사가 동시에 이뤄지니 사장이 원하는 인사를 발탁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CEO 세미나에 앞서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와 연계짓는 시선도 있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데 분주하다. APEC 정상회의는 10월 31~11월 1일 진행된다. 최 회장이 그 전에 정기인사를 단행해 내년 준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사업을 미리 준비하고 새 CEO들에게 임원을 발탁하도록 하기 위해 인사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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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주사 SK㈜는 올해 계열사 리밸런싱까지 직접 진두지휘하며 성과를 냈다. 장용호 사장은 지난 5월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으로 가 'SK온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아직 남은 일이 많은 만큼 SK이노베이션에 집중할 것이고, 그 경우 SK㈜ 사장 자리가 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SK그룹이 수년간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뇌부로 올릴 인력 풀이 약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한동안 젊은 조직으로의 전환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옅어졌다. 승승장구하며 '차기 부회장'으로 거론되던 1970년대생 사장들의 입지도 전만 못한 분위기다. 장용호 사장이 지주사를 이끌고, SK이노베이션에서 새 사장이 나올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작년 말 부임한 SK이노베이션 자회사(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들은 구원투수로 발탁된 기술 전문가들이다. 이제 1년 임기를 채워가기 때문에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점쳐진다.

      SK텔레콤도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많다. 올해 유심 해킹 사태로 시장 점유율을 상당 부분 내줬고, 금전적 손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1등 통신사 이미지에 금이 갔다. 올해 연임에 성공한 유영상 사장이 사실상 자리를 내놓고 기다리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유영상 사장의 역할에 주목한다. SK그룹 핵심 과업인 AI 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만큼 장수를 교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데이터센터 화재로 고개를 숙였던 박성하 SK㈜ C&C 사장은 이후 SK스퀘어로 옮겨 사장 직무를 이어갔다. 다만 당시 사고로 차기 리더로서 입지는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한명진 SK스퀘어 사장은 부임 후 1년여 동안 가장 발 빠른 리밸런싱 솜씨를 보여줬다. 비주력 사업들을 정리하고, 사업 제휴를 맺고, 재무적투자자(FI) 문제도 속속 해결해가고 있다. 그룹 수뇌부에서도 우등 성적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1번가 문제만 해결하면 쌓였던 숙제는 거의 마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홀로 SK그룹을 떠받치고 있어 기존 경영진들이 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SK에코플랜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전임 경영진이 무리한 환경사업 확장의 책임을 졌는데, 작년 김형근 사장 부임 후 리밸런싱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리뉴원·리뉴어스 매각 성과를 냈다. 역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SKC 역시 자산 매각과 외부 투자 유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룹이 차기 먹거리인 유리기판 사업 성적표를 어떻게 매기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이호정 사장과 오너일가인 최성환 사장의 경영 철학이 다소 갈린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사는 최태원 회장이나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의중에 달린 것이라 예측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올해 인사 시기를 앞당기면서 인사 폭도 키울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