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KIC, 국내기업과 해외 동반투자 11년째 '무소식'…이재명 정부에선?
입력 2025.09.03 07:00
    전략투자팀 신설·심사역 추가 채용
    첨단산업 M&A 마중물 역할 기대
    국감서 도마 오를 '미집행 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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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국내 기업과 함께 해외 기업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나, 11년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관련 자금이 실제 투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2015년 KIC는 기획재정부로부터 50억달러(한화 약 6조9000억원)를 위탁받았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유망 산업군에 투자할 경우 KIC도 함께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서다.

      KIC는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할 경우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는 구조를 설계해 왔다. 미래전략실 산하에 전략투자팀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는 심사역 일부를 추가 채용하는 등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일부 언론사 주관 행사에 참석해 네트워크를 넓히고, 국내외 기업 및 사모펀드(PEF)들과 접촉해 해외 M&A 건을 소개받는 등 투자 검토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금 집행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새 정부 아래 전략적투자 분야에서 KIC의 마수걸이 딜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한국과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위해 15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대미 투자에 나서는 만큼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M&A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당 자금을 특정 기간까지 써야 한다는 제약은 없다"면서도 "지난해 박일영 사장의 신규 취임 후 해당 자금 소진을 위해 많은 투자 건을 소개받았는데 올해도 비슷한 기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필요한 자금이 50억달러 이상이라면 그 이상의 자금도 활용할 수 있다"며 "딜이라는 게 한번 추진되면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도 있어서 연내에도 충분히 집행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 투자가 지연되는 이유로는 한국투자공사법과의 이해상충 문제, 매력적인 투자처 발굴 난항 등이 꼽힌다.

      우선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화를 위탁받아 운용하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국부펀드다. 한국투자공사법의 적용을 받는데 국내 자산 투자가 금지돼 있고, 위탁받은 자산을 원칙적으로 외국의 외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해야 하는 조항 때문에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공사법 제31조 제4항·제5항에 따르면 KIC가 위탁받은 자산을 해외 외화표시 자산으로 운용해야 한다. 만일 일시적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는 금융기관 예치나 국공채 매입 등 안정적·중립적인 자산으로 한정해 원화 운용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투자처 발굴에서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성이 뛰어난 투자 건이라면 굳이 KIC를 끼고 거래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딜 자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비교적 매력도가 떨어지는 딜을 선별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구조적 딜레마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논의가 재차 제기될 전망이다. 외환보유액으로 조성된 자금이 장기간 미집행 상태로 묶여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