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정비사업 이탈하자…선호도 '차순위' 롯데건설로 집중
입력 2025.09.04 07:00
    출혈경쟁 사라진 정비사업…"수익성 담보돼야 입찰"
    삼성·현대 손 뗀 사업장, 포스코이앤씨가 메웠지만
    연이은 인명사고로 이제는 신규 수주 쉽지 않은 상황
    포스코이앤씨 공백 속 롯데건설, 조합 선택지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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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비사업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나섰던 포스코이앤씨가 잇따른 인명사고 이후 태세를 보수적으로 전환했다. 면허 취소와 징벌적 손해배상 가능성이 불거지자 수주전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공백을 롯데건설이 채우며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남·용산·성수 등 주요 사업장은 여전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무대지만, 그 외 정비사업에선 경쟁자 부재 속 롯데건설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단 설명이다. 

      올해 들어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건설업계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입지와 사업성이 좋은 지역을 중심으로 정비사업이 빠르게 추진되면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강남 등 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물량을 확보하며 나란히 1, 2위 자리를 기록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총 수주금액은 5조302억원으로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예전과 같은 '출혈 경쟁'은 자취를 감췄다. 공사비 급등의 영향으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다. 수익성이 뚜렷한 일부 사업지에선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지만, 그 외의 사업장에서는 시공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혀온 압구정2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도 삼성물산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현대건설 단독의 수의계약이 유력해졌다. 사업성이 뚜렷한 현장조차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은 셈이다.

      이런 흐름 속 그동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손을 대지 않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포스코이앤씨가 채워왔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 ▲방배15구역 재건축(7554억원) ▲경기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1조2972억원) ▲서울 동작구 이수 극동·우성2~3단지 리모델링(1조9796억원) ▲광진구 광장동 상록타워아파트 리모델링(1560억원) 등을 수주하며 신규 수주액 총 5억302억원을 기록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핵심 지역을 제외하면 메이저 건설사들이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포스코이앤씨가 그 공백을 메우며 가장 많은 반사이익을 봐왔다"며 "다만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정비사업에서 사실상 이탈하면서, 시장 전반엔 경쟁할 만한 플레이어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연이은 인명사고로 정치권의 강한 질책을 받았다. 면허정지 또는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언급되며 실상 신규 수주를 멈췄다. 송파한양2차, 개포우성4차 등 주요 현장에서도 발을 빼거나 참여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정비사업에서 손을 빼자, 롯데건설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개포우성4차 재건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당초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 간 경쟁이 예상됐으나 포스코이앤씨의 이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조합은 지난 19일 대의원회를 열고 오는 12월 재공고를 내는 안건을 가결했다. 포스코이앤씨의 불참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결정이었다. 포스코이앤씨가 불참할 경우, 롯데건설의 단독 입찰이 유력하다. 

      지난달 19일 열린 금호21구역 재건축 사업장에선 시공사 현장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에는 롯데건설, 제일건설, 금호건설, 효성중공업, 진흥기업 등 5개사가 참석했다. 조합 내부에서는 롯데건설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본입찰은 오는 10월 14일 마감될 예정이다. 사업 규모는 1242가구, 총 공사비는 약 6158억원에 달한다.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롯데건설은 자금 문제가 불거졌다보니 엄청 선호되는 건설사는 아니었다"며 "다만 포스코이앤씨가 정비사업에서 발을 빼자, 조합에서 롯데건설을 가장 선호하는 분위기"고 말했다. 이어 "서울 내 정비 사업 시공자 입찰을 위해 현장설명회를 열거나 입찰을 받아보면 참가한 건설사 가운데 롯데의 매출 순위가 가장 높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롯데건설은 신규 PF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비사업은 참여가 가능해 꾸준히 입찰에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은 ▲신용산역북측1구역 재개발(3522억원) ▲상계5구역 재개발(4257억원) ▲부산 가야4구역 재개발(7034억원) ▲가락1차현대 재건축(4167억원) 등을 수주하며 신규 수주는 2조9521억원을 기록 중이다. 롯데건설은 "선별적으로 수익성 있는 사업장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 도전하고 접근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