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여의도 사옥 우선매수권 행사설 '솔솔'...'통합 운용사' 입주 가능성도
입력 2025.09.04 07:00
    오는 11월 행사 기한…여의도 입지 필요성에 '무게'
    하나운용-대체운용 통합 후 증권 건물로 이전 가능성
    매입가 부담·공개입찰 변수에 회의론도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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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하나증권이 오는 11월 여의도 본사 사옥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두고 기로에 섰다. 내부적으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행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증권업 경쟁력 유지 측면에서 청라 이전이 쉽지 않은데다, 통합 운용사의 사옥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관전평이 나오면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오는 11월 여의도 본사 사옥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을 맞는다. 이 건물은 2015년 하나증권이 코람코자산신탁에 매각한 뒤 상장 리츠에 편입됐으며, 당시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5년 연장 조건과 함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여됐다.

      하나증권 내부에서는 아직 행사 여부를 두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나금융이 본사를 청라로 옮기면서 오히려 여의도 입지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기업 고객·기관투자자·펀드매니저·금융당국 등과의 접점을 고려하면 투자은행(IB) 부문 등 대외 영업조직은 여의도에 근접할수록 업무 효율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는 하나금융 계열사 전반에도 적용되는 얘기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하나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들을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로 이전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을지로에 위치해 있다. 이 경우 그룹 내 IB 조직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도 하나은행 IB부서는 여의도 하나증권 빌딩에 입주해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자산운용과 하나대체투자운용의 합병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며 "합병이 이뤄질 경우 여의도와 을지로에 흩어진 인력을 하나증권 빌딩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 업무 권역(YBD)의 오피스 공급이 많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제3자에 매각될 경우 하나증권이 퇴거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를 막기 위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여의도는 오피스 공급이 적어 빌딩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크다"며 "하나금융은 재무 여력이 충분한 만큼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매입을 검토할 수 있다. 건물주가 바뀌면 퇴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행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현재 본사 사옥의 용적률은 약 600%로 법정 최대치(1200%)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 때문에 공개입찰에 나올 경우 운용사들이 밸류애드 가능성을 감안해 높은 가격을 써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매입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대안은 있다. 명동 사옥 등 그룹 보유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은 내년 6월까지 주요 계열사 6곳 약 2800명이 청라 사옥에 입주할 예정인데, 이 경우 명동 사옥에 상당한 공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나증권은 코람코더원리츠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있어, 빌딩이 높은 가격에 매각될 경우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단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권리를 확보한 뒤 공개입찰 상황을 지켜본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운용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증권 입장에서 선택지가 우선매수권 행사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 시너지, 매입가, 부동산 가치 등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