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러' 품은 DN솔루션즈, 상장 재시동 걸까…FI 이해관계 조율이 변수
입력 2025.09.04 07:00
    헬러 인수 효과, 매출 2.1조원에서 3조원까지 상승 전망
    내후년 1월까지 상장 완료해야 하는 DN솔루션즈
    "초기 투자자 한투PE와 프리IPO 스틱인베 이견 조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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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독일 공작기계 전문기업 헬러(HELLER) 인수로 몸집을 키운 DN솔루션즈가 다시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발행사가 원하는 기업가치 사이의 간극이 지난번 철회의 원인이었던만큼, 새로운 '에쿼티 스토리'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다만 1차 투자자와 2차 투자자 사이의 어긋난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상장 완주의 관건으로 꼽힌다. 목표 수익률에 대한 주주들 사이의 눈치 싸움이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구조인 까닭이다. 

      DN솔루션즈는 지난달 27일 독일 헬러그룹 지분 100%를 약 67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헬러는 1894년 설립된 130년 업력의 공작기계 제조업체다. 인수 절차는 2026년 1월 완료될 예정이다. 

      헬러 실적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DN솔루션즈의 매출은 기존 2조1000억원에서 3조원 안팎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원하는 수준의 밸류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IPO 재개를 미뤄왔던 만큼, 이번 인수가 상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DN솔루션즈는 지난 4월 30일 수요예측 부진을 이유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DN솔루션즈가 수요예측 결과대로라면 희망 공모가 하단 미만으로 상장했어야 했다. 회사측과 FI는 관세 부담 등 대외 환경으로 인해 충분한 몸값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컸고, 원하던 수익률에도 미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DN솔루션즈는 FI와 맺은 콜앤드래그 계약에 따라 2027년 1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가치는 높아졌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여러 FI가 얽힌 이해관계를 풀어내야 상장 재추진이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DN그룹은 2022년 MBK파트너스로부터 DN솔루션즈를 인수하면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 PE)·KB인베스트먼트·화인자산운용·SKS PE 등으로부터 사모사채 형태로 총 1700억원을 조달했다. 이중 한투PE가 약 1400억원을 책임졌다. 이후 지난해 10월 상장을 준비하며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한투PE의 전환 단가는 평균 3만9000원 수준이었다.

      2024년에는 산업은행·스틱인베스트먼트가 프리IPO로 2500억원을 투자했다. 신주(전환우선주) 833억원, 구주 1667억원을 인수했으며 당시 취득단가는 주당 4만6000원 수준이다. 이 역시 모두 보통주로 전환된 상태다.

      지난 IPO 과정에서 제시한 공모가 밴드는 6만5000~8만9700원이었다. 상단 기준으로 스틱·산은은 투자금의 약 100% 수익률, 한투PE는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모 과정에서 고밸류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기도 하다. 특히 DN솔루션즈의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상황이라, FI들이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투자 시점이 다른 1차·2차 투자자 사이의 기대 수익률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한투PE는 계약상 7.5% IRR이 보장돼 있어 IPO 실패로 조기 정리가 가능하지만 실제 기대하는 IRR에는 한참 못 미쳐, 조기 엑시트를 할 유인이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프리IPO 투자자는 초기 투자자보다는 비교적 낮은 수익률을 원하는 대신 빠른 엑시트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FI들 모두 최대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엑시트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겠지만, 프리IPO 투자자는 2~3년 내 상장을 통한 빠른 회수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고, 초기 투자자는 투자 기간이 긴 만큼 더 높은 IRR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어느 수준에서 이해관계를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상장 당시 구주매출 비중이 57%에 달했던 점도 흥행 실패의 주요 원인이었던 만큼, DN솔루션즈가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전 IPO 시 한국투자PE 등 1차 투자자는 전량 매각을, 스틱인베·산은은 보유 지분의 67% 매각을 추진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IPO 재도전에서 밸류가 높게 인정받아 성공적으로 엑시트가 가능하다면, 공모수익을다른 FI와 공유하기보다 조기 정리를 원할 수도 있다"며 "다시 IPO에 나설 땐 흥행을 위해선 구주매출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