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회계법인, M&A이어 부동산 자문시장서도 존재감 확대
입력 2025.09.04 07:00
    HOUSE 동향
    부동산 불황기 때 움츠렸던 회계법인
    이제는 회복기 대비…자문업까지 확장
    삼일·한영, 외부 전문가 영입 준비
    삼정, '뉴이코노미' 섹터 강화 나서
    안진, 채용과 인력 양성 투트랙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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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인수합병(M&A) 재무자문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국내 4대 회계법인이 부동산 자문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 온 국내외 부동산 자문사들이 회계법인의 부상을 경계하고 있다.

      오랜 기간 부동산 자문은 부동산 자문사의 영역이었다. 회계법인의 주된 업무는 부동산의 수익성 및 비용 구조 검토, 부동산 특수목적법인(SPC)의 재무제표 검증, 세무 리스크 검토 등 실사 영역에 집중돼 있었다.

      최근 4대 회계법인은 부동산 실사뿐 아니라 자문 시장까지 업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부동산 자문업계에 따르면 회계법인은 잠재 매수자 물색, 계약 체결 등 단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회계법인이 부동산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는 건 부동산 사이클상 회복기를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금은 긴 불황기를 지나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부동산 호황기에 전문 인력을 보강했지만, 2022년 이후 고금리 환경에 부동산 불황이 이어지자 일감이 줄었다. 

      회계법인은 자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국계 부동산 자문사 등에서 인력 영입을 준비하기도 한다. 

      삼일PwC는 현재 인재 영입을 진행하고 있으며 9월 중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삼일PwC는 부동산 호황기 때 경쟁 회계법인이 외부에서 자문 인력을 데려올 때 내부 회계사를 활용하는 전략을 폈던 곳이다. 최근 인재 영입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자문 영역에서 크지 않던 존재감을 키우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삼일PwC는 "부동산 서비스 자문 역량을 높이기 위해 외국계 외부 전문가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력을 더 확충해 올 연말까지 역량 강화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전했다.

      EY한영 또한 인재를 뽑고 있다. 부동산 불황 이후 조직을 최소화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추후 업황 회복에 대비해 다시 채용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EY한영은 "(현재) 부동산 자문은 전체 사업 중 비중이 낮은 편이다"며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역량을 보강하기 위해 적절한 인력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삼정KPMG는 인재 영입보다는 서비스와 섹터를 확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2023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해 10본부에서 부동산 전 분야에 대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0본부는 외국계 부동산 자문사 출신 인력으로 상당 부분 채워졌다.

      삼정KPMG는 "금리가 올라간 시점부터 매크로 환경이 좋지 않아 신규·경력 채용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동산 시장 회복기를 대비해) 기존 섹터인 오피스, 리테일, 호텔, 물류센터에 이어 데이터센터, 시니어 하우징, 임대주택 등 이른바 뉴이코노미 섹터를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딜로이트안진은 과거 업황 호황기 때 4대 회계법인 중 가장 부동산 부문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부동산, 에너지 & 인프라(REI·Real Estate & Infrastructure) 부문은 매각 및 임대 자문 등 다양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에도 회계사 및 부동산 산업 전문가를 적극 채용하고 내부 인력을 양성하는 '투 트랙'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다.

      딜로이트안진은 "10여년 전부터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섹터별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내부 인력을 양성했다"며 "이러한 전략이 현재 결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이 부동산 자문 시장에 진출한 지 오래됐지만 최근 경쟁력이 올라온 이유로 '네트워크'를 꼽기도 한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외국계 부동산 자문사는 회계법인이 할 수 있는 거래자문, 타당성 검토 등의 업무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하며 해외 딜의 경우 경쟁력이 더 강하다"며 "(그럼에도 회계법인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건) 외부감사가 주요 업무인 회계법인 특성상 어려운 매크로 환경에서도 전략적 투자자(SI)인 기업과 네트워크 구축이 잘돼 있기 때문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부동산 자문사는 최근 회계법인의 영향력 확대에 경각심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자문 실무에서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회계법인이 부동산 자문사 출신 인력을 영입하며 역량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계 부동산 자문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회계법인이 실무를 잘 몰라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으나 요즘은 해외 부동산 딜까지 나서 자문을 나서려 한다"며 "해외 딜에 실사로 참여했던 한 회계법인이 기존 자문사 몰래 고객에게 자문까지 맡겠다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