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자금줄 DB손보…업계 최상위 건전성에도 자본성증권 줄발행
입력 2025.09.04 07:00
    DB손보, 올해 1.5조 자본성증권 찍어
    나쁘지 않은 건전성에 업계선 '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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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B손해보험이 올해 들어 자본성증권을 줄발행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자본적정성이 충분한 가운데 이자비용을 늘릴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업계에선 DB손보가 그룹 내에서 사실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미리 실탄을 보유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다음달 1일 7470억원 규모의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이자율은 3.8%로 확정됐다.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은 금리 인상(스텝업) 조항이 없고,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이자를 지급할 수 있다. DB손보는 당초 5000억원의 증권 발행을 계획했는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조1970억원이 몰리며 7470억원으로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증권을 영구적 자본의 특징을 가진 기본자본으로 인정한다. 발행이 완료되면 DB손보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기존 79.7%에서 87.3%로, 킥스비율은 213.3%에서 220.9%로 각각 7.6%포인트(p) 오를 전망이다.

      DB손보가 올해 발해한 자본성증권은 1조5470억원에 달한다. DB손보는 지난 2월에도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킥스비율 등 자본건전성 확보에 사용할 계획이다.

      DB손보는 "지급여력비율 증대를 통한 자본건전성 확보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국내외 대체투자 및 유가증권 투자 등 자산운용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DB손보가 올해 들어 자본성증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DB손보의 킥스 비율은 200%를 초과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비용을 들여 선제적 증권 발행에 나서는 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2월 후순위채 발행 전 DB손보의 킥스비율은 203.1%로 회사가 제시한 적정 자본 구간(200~220%) 안이었고, 당시 규제 수준(150%)도 훌쩍 뛰어넘었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의 경우 당국이 관련 규제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업계에선 규제가 시작되더라도 해외 사례를 고려해 50~70%에서 관리 수준을 정하고, 이마저도 점진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선 사실상 DB손보가 DB그룹의 지주 역할을 하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한다. DB손보의 DB그룹 매출 기여도는 전체 80%에 육박한다. DB그룹이 금융과 제조 등 두 갈래로 나눠져 있다고는 하지만, DB손보가 그룹 전체를 먹여 살리는 구조다.

      DB손보는 웅진그룹이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의 자금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DB금융투자가 금융을 주선하고, 대출성 자금 투자는 DB손보가 맡는 방식이다. 앞서 다올투자증권 지분 인수에도 참여했다.

      사업 다각화에 발맞춰 실탄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DB손보는 DB생명·캐피탈·금융투자 등 5개 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자회사에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경우 나서야 할 가능성에 대비해 자본적정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하락으로 자본성증권 발행에 대한 이자 부담이 줄긴 했지만 건전성이 나쁘지 않은데 굳이 조 단위 발행에 나서는 게 특이하다"며 "알려진 투자 방향 외에도 그룹 차원의 경영 전략이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DB손보 차원에서도 해외 M&A 등을 앞두고 있다. DB손보는 미국 보험사 포르테그라를 인수하고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선 해당 회사의 몸값을 2조원으로 추정한다. DB손보는 킥스 비율이 220%를 넘어설 때 신사업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인데, 이를 위해서라도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DB손보는 지난 14일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포함하면 연말 킥스 비율이 220% 이상이 예상되며 이를 통해 해외 자회사 인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