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분할 관련 이슈 된 점 모두 들여다볼 것"
분할 발표 이후 주가 지지부진…존 림 주식 매입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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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이번 분할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초석으로 해석됐던 만큼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며 인적분할 자체의 필요성을 더 강조한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한국거래소의 심사 과정을 거치며 분할 일정이 한 차례 지연됐다. 이후 심사 과정에서 다시 제동이 걸리면 이 일정이 다시 한번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일 인적분할에 따른 변경상장 및 재상장과 관련해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지난달 22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올해 6월 기준 기업 실적과 연구개발(R&D) 상황, 비용, 향후 분할에 따른 수주 전망 등을 추가했다. 시장에서 제기되는 여러 우려에 대한 설명도 더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할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내용을 중심으로 투자자 보호를 비롯한 핵심 사안이 기술돼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신설 자회사의 사업 계획, 이번 분할을 목적에 반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확약 등 시장에서 이슈가 된 점은 모두 들여다보겠다"고 전했다.
정정된 증권신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을 통해 '생산'과 '개발'을 분리해야 하는 필요성을 더 구체적으로 적었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와 수주 계약을 체결했으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해당 기업 제품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문제가 됐거나, 글로벌 제약사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회사로 보기 때문에 수주 계약 자체를 논의하기 어려웠다는 내용이다.
대형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중 신약을 개발하는 곳은 흔치 않은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쟁사인 론자와 우시, 후지필름은 실제 고객사의 우려를 덜기 위해 신약을 개발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단 이상 같은 기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사실상 분할이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정정 증권신고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역할을 세세하게 쓴 점도 주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R&D 중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 위탁개발(CDO) 사업에서 시너지를 올려왔다. 이를 고려하면 분할 이후에도 해당 사업을 추진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술 지원, 세포주 공정 등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필요한 부서는 분할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현미경 심사를 진행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할 일정이 다시 늦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서 한국거래소의 심사 과정을 거치면서도 이번 분할을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담느라 계획보다 한 달여 늦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특히 이번 분할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되면서 한국거래소 역시 해당 내용을 각별히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인적분할 일정이 지연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도 당분간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분할 결정을 발표한 5월 말 108만원대에서 현재 100만원대로 다소 내렸다. 미국 관세 영향과 분할 이슈가 불확실성을 키우며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달 처음으로 4억원어치의 회사 주식을 매입하며 주가 부양에 나섰다. 유승호 최고경영책임자(CFO)도 2억원어치의 주식을 함께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