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구조물 붕괴 원인 규명…책임 여부 수사에 달려
한화오션 책임이어도, '종사자' 해석 놓고 법조계 시각 엇갈려
선주사와의 관계는 부담 전망…수주 협상에 변수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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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가 하청 근로자가 아닌 선주사 소속 외국인 감독관이라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두고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해양플랜트 선박 구조물이 무너져 30대 선주사 감독관이 숨졌다. 브라질 페트로브라스79 선박의 구조물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브라질의 선주 회사에서 온 30대 감독관이 바다로 추락해 숨졌다.
해당 감독관은 구조물 위에서 하중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해경 관계자는 "무게를 이기지 못한 구조물이 휘면서 감독관이 약 10m 아래 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 가동을 잠시 중단했다. 고용노동부는 선주측 외국인 감독관에게도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볼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선주사 소속 외국인 근로자라도, 안타까운 죽음인 만큼 책임 주체를 둘러싼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단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재해 엄벌 기조를 강조한 상황이라 중처법에 해당될 경우 강한 질타와 함께 법적 책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에서 두 가지 쟁점에 주목한다. 우선 구조물 붕괴의 원인이 한화오션의 책임과 연결되는지 여부다.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례 대부분이 하청 근로자의 사망과 관련한 건인데 이번에는 선주사 직원이 사망해 한화오션과는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은 작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맞춰져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 전반을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단 것이 기본 이념이다.
사업장 내에서 안전 관리 책임자의 미흡한 조치로 인명 사고가 나게 되면 우선 그 현장을 관할하는 안전보건 책임자가 기본적으로 책임을 진다. 해당 책임자가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관리·감독하고 지원할 의무는 대표이사에게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결국 구조물 붕괴의 원인이 한화오션에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부분의 수사 결과가 나와야 근로관계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통상 배의 하부는 한화오션이 맡아 시공한다. 다만 상부 기술은 선주사 측이 별도의 업체를 불러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사고 현장이 한화오션의 작업 영향권에 속하는지 여부가 아직 불분명한 부분이 있단 것이다.
한 로펌의 중대재해처벌법 전문 변호사는 "구조물 붕괴 원인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 부분으로 현 상황에서 예단할 수 없다"며 "한화오션의 책임이 있다 해도 선주사 직원을 '종사자'로 볼지 여부를 둘러싸고는 법적 해석이 나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로펌의 중대재해처벌법 전문 변호사는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종사자'로 보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화오션의 선박 건조 공간에서 배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다 발생한 사고이니 보호 대상인 '종사자'로 봐야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반대로 해당 근로자는 한화오션의 건조 작업에 직접 참여한 것도 아니고 선주사 직원으로서 현장을 감시·감독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한 만큼 한화오션의 직접적 책임으로 보기 어렵단 해석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종사자 여부를 두고는 해석의 관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어서 해당 사안을 어떻게 쟁점화하는지가 관심이다. 정치권의 반응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중대산업 재해에 대해선 징벌배상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찾아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 사안은 한화오션에 일정 부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여부와 별개로 선주사와의 관계에 '잡음'이 생길 수도 있다. 한화오션은 페트로브라스의 FPSO 발주를 노리고 브라질에 현지 소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주사 직원이 사망한 만큼, 선주사와의 관계나 보상 협의 등에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단 것이다. 구조물 보강 비용 등이 겹치면 손실은 커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한화오션은 "사건 발생의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