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따라 다른 고금리 자산도 차환 나설 듯
보수적으로 조건 짰지만 시장 호응은 미지수
홈플러스 여진 여전…금융사 당국 압박에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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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을 거치며 한동안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BHC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 나섰는데 금융권에서 어느 정도 호응을 얻느냐에 따라 향후 MBK파트너스의 행보가 달라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주주로 있는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는 다이닝브랜즈그룹(옛 BHC) 인수금융을 차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달 규모는 6000억원(한도대출 포함)이며,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주선을 맡았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BHC그룹 투자자로 나섰다. 2021년엔 컨소시엄을 꾸려 BHC 등을 보유한 글로벌레스토랑그룹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해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가 글로벌레스토랑그룹을 합병해 BHC를 거느리게 됐고, BHC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인수했다. 작년 BHC가 사명을 바꿔 다이닝브랜즈그룹이 됐다.
MBK파트너스 등은 2021년 당시 NH·한국·삼성증권 등의 주선으로 9100억원(한도대출 포함) 규모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만기는 5년으로 내년 1월 초 상환기한이 도래한다. 만기에 대응하는 한편 차입 금리를 낮추기 위해 이번 차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은 2020년 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2022년부터는 5000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연 1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도 순항하고 있다. 작년 매출 4305억원, 영업이익 545억원을 올렸다.
사업회사들의 실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이번 차환에선 리캡(자본재구조화)을 배제했다. 차입 규모도 전보다 줄이기로 했다. 차주가 금융사들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움직였다는 평가가 따랐다. BHC 차환 성과에 따라 MBK파트너스의 차환 시도가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한동안 차환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대주단이 잘 구성될지 궁금하다"며 "이번 거래가 잘 되면 기존 포트폴리오의 인수금융 금리를 낮추기 위한 차환 시도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친화적인 차환 조건을 짰지만 금융권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고려아연 분쟁, 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을 거치면서 MBK파트너스와 거래하기 껄끄러워졌다는 금융사가 많다. 엄밀하게 BHC는 MBK파트너스 스페셜시츄에이션(SS)의 일이지만 시장이 이를 분리해서 볼 리는 없다.
금융감독원은 이찬진 원장 취임 후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 재조사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건에 대해 MBK파트너스를 철저히 조사하고 중대 위법행위 발견 시 엄정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초기 금융감독당국이 서슬퍼런 움직임을 보이니 금융사들도 압박을 느낄 만하다. MBK파트너스의 복귀를 바라지만 당장 실적을 더 쌓으려 무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자금을 집행하려면 '재조사'와 같은 불편한 내용까지 심의 때 설명해야 한다.
당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대형 금융사, 그중에서도 시중은행들이 특히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당국 눈치에 웬만해선 참여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이런 기류에 주관사들도 물량을 떠안고 있을 뿐 대주단 모집(신디케이션)을 머뭇거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캐피탈사나 저축은행들은 물건만 좋으면 담겠다는 분위기지만 은행들은 MBK파트너스 관련 자산을 담기 조심스럽다"며 "당국이 저렇게 민감하게 나오니 주관사들도 신디케이션에 나서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