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HMM 인수 검토…장인화 회장 임기보장 카드?
입력 2025.09.05 10:13
    産銀 수장 공백, HMM 매각 재개 공식화 전인데
    해운 진출 가로막혔던 포스코 인수 검토 공식화
    장인화 회장 입지 불투명…정부에 협조 제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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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HMM 대주주 산업은행의 수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포스코가 전면에 나선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오르내린다. 

      5일 포스코그룹은 HMM 인수가 그룹 사업과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부터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개편을 진행해온 만큼 해운업의 향후 성장성을 따져 향후 인수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문사단도 꾸렸다.

      그간 투자업계에선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HMM 매각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HMM이 정상화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국내 산업 구조 개편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민간에 바통을 넘겨야 한다는 시각이 늘면서다. 포스코는 HD현대그룹과 함께 HMM 인수전을 치를 수 있는 유력 후보군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산업은행 측에선 다소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전해진다. 강석훈 전 회장이 지난 6월 퇴임한 뒤 수장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해양진흥공사와 함께 HMM 지분을 각각 36%, 35.7% 보유한 대주주다. 매각 재개를 공식적으로 결정해야 할 새 회장 인선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스코그룹이 인수를 검토한다며 전면에 드러난 구도가 됐다.

      포스코의 의지가 있어도 HMM 인수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포스코는 지난 20여년 물류 사업 진출을 시도할 때마다 선주협회를 비롯한 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왔다. 2020년에도 물류 자회사를 신설하려다 해운항만업계가 조직적으로 반대하자 계획을 철회하고 해운업 진출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낸 적이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전부터 중장기 사업 방향과 맞지 않아 HMM 인수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밝혔었는데 이번에는 입장을 바꿔 인수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양상이다.

      이런 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은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임기 문제도 함께 거론된다. 

      작년 3월 취임한 장 회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27년 3월까지이다. 포스코그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히 외풍에 취약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원래대로면 임기를 마칠 때쯤 선거가 치러졌겠지만 1년여 만에 새 정부가 들어선 참이다. 최근 계열 사업장에서 잇따라 인명사고가 발생하자 정부가 포스코그룹을 향해 이례적으로 압박을 가한다는 관측이 늘기도 했다. 

      장인화 회장 입장에선 새 정부와 '코드를 맞출' 만한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 포스코는 대선 전부터 철강 분야 구조조정에서 중책을 맡겠다는 의지를 이재명 캠프 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HMM 인수 검토 역시 그 일환으로 볼 여지가 있다. 새 정부 입장에서 HMM 민영화가 필요한 상황인데, 해운업과 국가 경제에 미칠 파급력 때문에 섣불리 매각을 결정하기 어렵다. 포스코와 같은 탄탄한 대기업이 나서주면 HMM 매각에 따른 위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장 회장이 정해진 임기만은 채우고 내려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 조기대선 이전부터 새 정부 캠프 인사를 상대로 철강 구조조정 지원을 비롯해 포스코가 담당할 수 있는 여러 안을 제안해온 것으로 확인된다"라며 "이번 인수 검토 소식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새 나온 것으로 보인다. HMM 인수전 참여는 장인화호가 출범할 당시부터 포스코의 잠재 과제로 꼽혀온 사안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