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 찾은 골드만ㆍ블록세일 집중하는 모건…대형 M&A 가뭄 속 '살아남기'
입력 2025.09.08 07:00
    House 동향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JP모건
    M&A 침체로 자문 수익 감소 속에서
    ECM·블록세일·해외채 주관으로 활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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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형 M&A 거래가 좀처럼 성사되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발행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M&A 자문 경쟁이 격화된 데다 수수료 저가경쟁이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ECM·DCM·해외채 발행 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블록세일과 해외 IPO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IB들에게 새로운 핵심 먹거리로 부상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한국 M&A 시장에서는 UBS(크레디트스위스 인수 후 영향력 강화)와 빅4 회계법인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다. 여기에 제프리스·BDA 등 IB들이 적극적인 영업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최근 프랑스 에어리퀴드가 DIG에어가스를 인수하는 5조원대 거래가 성사됐지만, 이 같은 사례는 예외적이라는 평가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빅3는 여전히 최소 30억원 이상 수수료가 보장되는 대형 거래만 고수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저가 경쟁’ 환경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UBS와 제프리스, BDA, 회계법인들이 저가 수수료를 앞세워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며 “글로벌 빅3는 오히려 기업들의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빅3는 국내 일반 중견·중소 M&A보다는 해외 네트워크와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결정을 요하는 거래에 집중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자문한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조선 합병, JP모건이 참여한 SK온–SK앤무브 합병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바이어가 포함되거나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재편과 연계된 대형 딜에서는 여전히 이들의 입지가 탄탄하다.

      M&A 침체 속 가장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는 영역은 블록세일이다. 코로나19 시기 국내 기업들이 미국 주식에 대거 투자하면서, 최근 차익실현 국면에 접어든 지분을 블록세일로 정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당 분야에선 모건스탠리를 필두로 빅3가 두각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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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건스탠리는 SK에코플랜트와 SKSPE의 미국 연료전지 기업 볼륨에너지 지분 매각(3800억원·1500억원 규모) 블록세일을 주관했다. 골드만삭스는 알리페이가 보유한 2500억원 규모 카카오페이 지분 블록세일을 맡았다. JP모건도 맥쿼리의 LG CNS 지분 매각을 주관하는 등 빅3는 주요 블록세일을 단독 또는 공동 주관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M&A 자문 수수료가 20~30bp 수준으로 낮아진 반면 블록세일은 많게는 1% 수준의 수수료가 발생한다”며 “특히 미국주식 블록세일은 현지 네트워크 경쟁력이 필수적이어서 사실상 빅3만의 독점 영역이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전환사채(CB)나 교환사채(EB)도 글로벌 IB들의 주요 수익원이다. 모건스탠리는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 기반 EB 발행을 주관했고, 골드만삭스는 카카오의 2억달러 CB 재매입 거래를 성사시켰다.

      해외 IPO는 이들에겐 놓칠 수 없는 초대형 수익원이다. LG전자 인도법인 상장에는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참여했고, 향후 토스의 미국 상장 역시 글로벌 IB들에게 상당한 수익이 기대되는 딜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지만, 글로벌 본드 발행 시장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수출입은행의 30억달러 글로벌 본드 발행을 공동 주관하며 사실상 철수했던 국내 DCM 시장에 복귀했다. 정부·정책금융 주도의 대형 해외채 발행은 글로벌 IB들에게 브랜드와 레퍼런스를 확보할 기회로 작용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자본시장이 커지면서 발행시장 자체가 재평가되고 있다”며 “M&A보다 발행시장 수익성이 더 낫다는 점에서 글로벌 빅3는 이쪽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