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CP 쌓이는데 여천NCC 부담까지…꼬이는 자금 스케줄
입력 2025.09.08 07:00
    석화 구조조정 부상하자 단기자금 의존…CP만 1.24조
    계속된 적자 속 순차입금 12조…만기 물량 늘어나는데
    여천NCC 추가 수혈·구조조정 비용 덤…기관서도 걱정
    그룹 지원 여력 제한…고려아연 지분 등 자산매각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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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솔루션 유동성 관리에 대한 걱정이 늘고 있다. 태양광 투자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그간 쌓인 차입금을 짊어진 채 여천NCC 지원과 석유화학 구조조정 작업을 병행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다. 당장 모회사 ㈜한화의 지원을 바라기도 힘들어 그룹이 투자자산 매각에 나서야 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달 한화솔루션의 기업어음(CP) 발행잔액은 1조24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6월 독일 자회사 지분으로 주가수익스와프(PRS)를 체결하며 증가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하반기 구조조정 현안이 부상하자 재차 단기차입 비중이 늘어났다. 

      단순히 석유화학 산업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가 구조조정 칼을 빼들자 금융권도 산업 내 시장성 차입금 규모를 점검하고 개별 기업 대응 능력을 들여다보고는 있다. 그러나 한화솔루션의 경우 차환 일정이나 중장기 상환 능력에 대한 지적이 부쩍 커지고 있다는 평이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6월 PRS를 체결할 때도 한화그룹의 크레딧을 봐서 물량을 받아준 거지 한화솔루션만 떼놓고 봐서는 자금수지가 꼬여가고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라며 "태양광 TPO도 결국 반전을 주지 못했고, 여천NCC 문제까지 겹치면서 단기자금으로 돌려 막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은 상반기까지 연결은 물론 개별 기준으로도 당기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실적을 방어하던 신재생에너지 부문도 이번 분기부턴 적자로 돌아설 예정이다. 본업에서 현금이 돌기 어려우니 연결기준 12조원까지 불어난 순차입금을 더 늘리기도 어렵다. 하반기부터는 단기로 돌려둔 차입금에 더해 기존 발행한 회사채 만기 일정도 신경 써야 한다.

    • 여기에 구조조정 한복판에 놓인 여천NCC 문제도 겹치게 됐다. 여천NCC는 연초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1000억원씩 수혈에 나섰지만 또 부도 가능성이 부상하자 추가로 3000억원의 지원을 받아 갔다. 업계에선 여천NCC의 차입 만기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까지 지속해서 양사에 손을 벌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찍어둔 납사분해설비(NCC) 370만톤 감축안에 여천NCC가 잠정 포함돼 있어 설비 폐쇄(스크랩)와 구조조정 비용도 덤으로 따라붙게 된다. 

      한화솔루션이 부채자본시장에서 자력으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증권사 화학 담당 한 연구원은 "이미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작년 영구채, 올해는 PRS까지 나올 수 있는 카드가 다 나온 것으로 보인다"라며 "단기차입이 더 늘어나면 여천NCC처럼 이자비용이 현금흐름을 집어삼키게 된다. 그래서 그룹 차원에서 어떻게 지원을 끌어낼 수 있을지를 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이 DL케미칼과는 달리 여천NCC를 끝까지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발행시장에선 그리 좋은 신호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관이 한화솔루션에 자금을 대봤자 여천NCC 경영난 수습으로 새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화학 업계에선 여천NCC 생산설비를 구조조정 1순위 자산으로 꼽는데, 연계된 한화솔루션 석유화학 부문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룹 분위기가 최고조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한화솔루션이 내심 지원을 바라기도 힘든 구도다. 방산과 조선 부문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국가 차원의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룹에서도 외교무대 주역으로 떠오른 방산과 조선업에 힘을 실어야 할 때인 셈이다. 상반기 기준 ㈜한화의 개별 현금성자산이 약 900억원에 불과해 모회사가 직접 지원에 나서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증권 등 투자자산도 잠재 재원으로 주목받는다.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 한화임팩트, 한화파워시스템글로벌 등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8%를 쥐고 있다. 4일 종가 기준 약 1조4000억원 규모 물량이다. 양사가 서로 지분을 보유한 전략적 동맹 관계라 일방적으로 유동화에 나서기 어렵다. 그러나 그만큼 한화솔루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 이런 관측이 오르내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과거엔 그룹 캐시카우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랑 상황에 따라 지원을 주고받기도 해왔지만 개정상법 여파로 이것도 쉽지 않아졌다"라며 "연초 한화에어로가 석연찮은 유상증자로 잡음을 크게 일으키기도 했고, 한다면 모회사나 오너 보유 비상장 자회사가 나서야 할 테니 그룹 내 유동화 가능한 자산들이 물망에 오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