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 이규호 체제서 리밸런싱…재무 압박 속 현실성있는 선택지는?
입력 2025.09.08 07:00
    그룹 차원에서 사업재편 및 재무 개선 착수
    자산재평가·유휴 부동산 매각 등 방안 거론
    주력 계열사 실적 부진과 유동성 압박 지속에
    시장선 PEF 관심 자산 매물로 오를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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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오너 4세 체제에서 사업 재편에 나선 코오롱그룹이 계열사 통합, 자산재평가, 계열사 공개매수 등 복합적인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외부 자문사를 통한 컨설팅을 병행하며 재무구조 개선과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동시에 모색하는 모습이다. 다만 주력 계열사 실적 부진과 유동성 압박이 겹치면서 단기간 내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계열사 재무구조 점검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외부 자문을 받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자산재평가를 통한 장부가 개선, 부실 계열사 통폐합, 유휴 부동산 매각, 화학 계열사 정리 등이 거론된다. 돈이 되는 사업과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회사를 묶는 방안, 일부 자산을 시장에 내놓는 작업도 병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전체 재무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4년 말 기준 순차입금/EBITDA는 10.8배로 상환능력 대비 과도한 부채가 쌓였다.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82.8%에 달해 유동성 압박이 높아졌다. 그룹 전체 EBIT/매출 비중은 2021년 5.8%에서 2024년 0.4%로 급락했고, EBITDA/매출 비중도 3.8%로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계열사별로도 부진이 이어졌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영업이익률(-1.9%)이 적자 전환했다. 부채비율은 356.4%에 달하며, 회사 매출의 84%가 건설업에 의존해 부동산 경기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그룹 차원의 현금창출력이 줄어들었는데 계열사 지원은 계속됐다.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코오롱티슈진 유상증자에 1960억원이 투입됐고, 코오롱글로벌에는 3000억원 규모 신용부도스와프(CDS) 보증이 제공됐다. 올해 1분기 기준 보유 현금은 116억원에 불과하지만 단기성 차입금은 9674억원에 달해, 단기차입 대비 현금 커버리지는 1.2% 수준에 그친다. 이에 따라 차환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용평가사들이 제시한 주요 등급 트리거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기준 순차입금/EBITDA 배수는 상향 트리거 3.5배 이하, 하향 트리거 7배 이상으로 설정돼 있다. 지난해 수치는 5.29배로 하락 압력 구간에 근접했다. 국내 신평사들은 주력 자회사의 신용도 저하, 주력 사업부문 경쟁 심화, 신종자본증권 상환 부담 가중 등을 하향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오롱은 계열사 지배구조에도 손을 대고 있다. 코오롱 주식회사와 코오롱모빌리티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이는 상장폐지를 위한 절차로, 오는 11월까지 투자자 응찰 여부에 따라 향후 로드맵이 결정된다. 공개매수로 상폐 조건에 이르지 못할 경우 후속조치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규호 부회장이 그룹 전략부문 대표로 전면에 나서면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유휴 자산 매각설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코오롱은 최근 일부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골프장 우정힐스CC 매각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이 제시한 매각가는 약 2700억원 규모로, 단순 계산하면 홀당 150억원 수준이다. 

      다만 과거 위기 국면마다 매각설이 흘러나온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이 채권단에 자구책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에서 매각설을 흘리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실제 매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고, 시장 분위기 점검 성격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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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그룹 안팎에선 이번 작업이 단발성 거래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오롱그룹은 외부 컨설팅 결과에 대해 "알려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사업 개편 구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계열사별로 진행하고 있는 컨설팅이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특히 자산재평가를 통한 재무제표 개선 작업이 일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투자자산, 일부 비핵심 설비 등의 장부가치를 시장가치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경우, 순자산과 자기자본이 늘어나 부채비율을 낮추고 신용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장에선 코오롱그룹의 근본적 한계를 여전히 지적한다. 주력인 건설, 자동차, 화학, 섬유 모두 경기 변동성에 취약하고 성장성이 제한적이다. 신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수소, 2차전지 분야 역시 규모가 작고 성과는 불확실하다. 

      그중에서도 2019년 발생한 인보사 사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보사케이주)의 허가 당시 주성분이 당초 허가서와 달랐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판매 중단과 허가 취소, 투자자 소송 등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 이후 그룹 전반의 신뢰도가 크게 훼손되면서 바이오를 포함한 신사업 투자와 자본 조달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코오롱그룹의 '카브아웃 딜'이 나올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PEF)들은 코오롱 화학·섬유 계열사와 일부 비핵심 자산을 인수 후보로 거론하는 분위기다. 

      한 자문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재편은 단순 매각에 그치지 않고,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와 재무구조를 동시에 조정하려는 복합적인 리밸런싱 작업으로 읽힌다"면서 "현금 창출이 되는 코오롱ENP(구 코오롱플라스틱)이나 일부 패션 브랜드는 기존 PEF 포트폴리오와 결합해 구조조정 후 수익화가 가능해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