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액 최대 7억5000만달러…기업가치 20조원대
빗썸·두나무 IPO 피어그룹 산정에 변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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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이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단계에서 자금조달에 나섰다. 주관사 골드만삭스는 이번주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하며 막바지 투자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목표 규모는 약 7억5000만달러, 한화 1조원 이상이다. 기업가치는 20조원대가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이 빗썸·두나무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IPO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크라켄은 프리IPO 라운드(시리즈C 익스텐션 성격)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150억달러 밸류로 5억달러 조달을 추진했으나,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치 규모가 7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은 골드만삭스가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다. 해외에선 JP모건도 글로벌 파이낸싱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국내 펀딩에서는 기관투자자보다는 리테일과 패밀리오피스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크라켄은 이르면 이달 중순 전까지 국내에서 IR을 마무리하고 투자 접수를 마감할 계획이다.
크라켄의 프리IPO에는 연기금,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자 참여가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크라켄은 단순 코인 거래소에 머물지 않고 스테이킹, 커스터디, 디파이 관련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 성격을 띠고 있다. 국내 기관이 해외 금융사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데는 규제 장벽이 높을 수 있다.
프리IPO 특유의 불확실성도 부담이다. 비상장 지분을 매입해 상장 이후 수익을 거두는 구조인데, IPO 일정이 지연되거나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 손실 위험이 있다. 기관보다는 고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리테일 측이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이번주 안으로 리테일 중심의 자금 모집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크라켄은 글로벌 대형 거래소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전통 금융사와의 경쟁을 염두에 두고 사업 다각화를 본격화했다. 파생거래 외에도 기관용 프라임 브로커리지, 디지털 자산 수탁(Custody) 등을 운영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선물 플랫폼 닌자트레이더(NinjaTrader)를 약 15억달러(한화 2조원) 규모에 인수하며 비(非)암호화 자산 파생상품 시장에도 발을 들였다.
지난해 말 기준 크라켄은 매출 15억달러, 조정 EBITDA 3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사용자 수는 1000만명 이상, 거래량은 분기 기준으로 2200억달러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사업 다각화가 밸류에이션 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단순 거래소 모델을 넘어 금융 플랫폼으로 포지셔닝을 강화하면서, 상장 이후 멀티플을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크라켄의 투자 유치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IPO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빗썸은 내년 상장을 위해 조직 재편에 나섰고, 두나무는 글로벌 밸류를 저울질하고 있다. 크라켄이 글로벌 IB와 함께 프리IPO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상장에 성공한다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가치 산정에도 직접적인 비교 잣대가 될 수 있다.
빗썸은 최근 인적분할을 단행해 거래소 사업과 투자·신사업 부문을 분리했다. 존속법인 빗썸은 거래소 운영에 집중하고, 신설법인 빗썸에이는 투자 및 신사업 확장을 담당한다. 내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본격적인 IPO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IPO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FI들의 투자금 회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보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현재 두나무 주요 주주들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59%),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4%) 등이다.
이석우 전 두나무 대표는 올해 3월 "상장을 위한 형식적 요건은 모두 갖췄으나, 제대로 된 밸류를 받을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크라켄이 상장에서 20조원이 넘는 밸류를 받는다면, 업비트와 빗썸의 IPO 밸류에도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두나무는 코인베이스와 비교될 정도로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해외 상장에서 레퍼런스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