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GA 중심 시장 재편 분위기 속
보험·펀드 판매 확대 잠재력 반영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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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JC파트너스가 2022년 인수한 법인보험대리점(GA) 굿리치의 투자금 회수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국내 GA 시장은 초대형사를 중심으로 설계사 수를 확대하고, 펀드·보험상품 판매 역량을 강화하는 '규모의 경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굿리치를 비롯한 주요 거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굿리치는 현재 한 국내 사모펀드(PEF)가 단독으로 실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번 거래는 공개입찰이 아닌 일대일 협상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매각 대상 지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JC파트너스가 일부 펀드 투자금을 우선 회수하고, 남은 지분으로 향후 기업가치 상승 여력을 지켜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JC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굿리치의 전신인 리치앤코 경영권 지분 60%를 약 185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이후 비용 구조를 효율화하고, 3년만에 설계사 수를 약 4000명에서 5600명으로 늘렸다. 매출은 2022년 약 36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500억원으로 확대됐고, 영업이익은 210억원에서 490억원으로 성장했다.
실적 개선에 따라 굿리치의 몸값도 높아졌다. 매도자 측은 굿리치의 올해 상반기 기준 EBITDA(세전영업이익) 약 480억원을 토대로 EV/EBITDA 멀티플 약 13배 수준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하면 굿리치의 기업가치는 약 6000억원대 초반으로 산정된다. 당초 2022년 인수 당시 기업가치가 3000억~4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2년여만에 두 배 가까운 평가를 받게 된 셈이다.
최근 국내 GA 시장은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2020년 이전 보험사들은 고정비 부담과 불완전판매 리스크를 이유로 GA 자회사들을 정리했다.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GA 채널이 국내 보험 판매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창구로 부상하면서, 오히려 보험사들이 자회사 편입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다시 GA 조직을 키우는 추세다.
한화생명은 2021년 산하 GA 조직을 통합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켰고, 이후 피플라이프와 IFC 등을 인수하며 설계사 수만 3만5000명에 달하는 대형 채널을 확보했다. 삼성생명도 전속 설계사 확충 전략을 통해 맞불을 놓고 있다. 이에 국내 다른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도 GA 제휴나 인수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에서는 GA의 잠재력으로 금융투자상품 판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GA는 보험상품 판매가 주력이지만, 금융투자상품 중개업 라이선스를 확보할 경우 펀드·신탁 등으로 취급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별도 비용 부담이 거의 없는 만큼 매출 확대 여력이 크고, 이는 곧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GA가 보험상품뿐 아니라 펀드 판매 조직으로 전환이 가능해지면 밸류업 여지가 충분하다"며 "인건비 외에 추가 비용이 거의 없어 현금 창출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구조적 변화는 국내 보험사뿐 아니라 후발 금융 플랫폼 기업들에도 매력적일 수 있다. 토스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뱅크샐러드 등 디지털 금융플랫폼들은 보험·투자상품 판매 채널 확대에 적극적이다. 온라인 채널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오프라인 설계사 조직을 보유한 대형 GA를 전략적으로 인수하거나 제휴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