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는 테일러메이드 우선매수권을 쓸 수 있을까
입력 2025.09.09 07:00
    예비입찰 마감, 본실사 전까지 추가 후보 등장 가능성
    우선매수권 보유한 F&F, 兆단위 차입 불가피 전망
    인수금융 최대 10%까지 거론…결국 메리츠 뿐?
    F&F, 우선매수권 행사 위한 물밑 움직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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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테일러메이드의 경영권 매각 예비입찰이 마감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투자자들이 제안서를 제출했고, 이 가운데 몇몇을 제외한 원매자들이 본격적인 실사에 돌입한다.

      테일러메이드 경영권 매각 과정의 끝엔 에프앤에프(F&F)가 있다. F&F는 본입찰을 거쳐 선정된 최종 후보가 제시한 조건과 동일하게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을 갖고 있다. F&F 역시 강한 인수의지를 나타내고 있는데 매각측 역시 합법적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것을 인정하겠단 입장이다.

      인수 의지와는 별개로 F&F가 최종 후보 선정 이후 2주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선 미리 자금 조달 계획을 세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매각측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이하 센트로이드)는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예비입찰을 실시해 곧 일부 후보들을 대상으로 실사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2~3개월가량 남은 본입찰 전까지 예비입찰엔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후보들이 추가로 등장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대 4조~5조원에 달하는 비싼(?) 몸 값이지만, 테일러메이드가 전세계 3대 골프브랜드란 상징성은 인수후보자들의 관심을 끄는 배경이었다. 

      회사의 현재 가치와 전망과 별개로 M&A의 과정 끝에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원매자가 있단 점은 매각측과 인수후보자 모두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인수후보자 입장에선 막대한 실사비용을 들여 인수전을 완주한다하더라도 거래구조상 F&F의 결정에 따라 그간의 인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이기 떄문이다.

      경영권 매각의 윤곽이 점차 구체화하면서 과연 F&F가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시점에서 F&F가 보유한 현금 자체는 그리 많지 않다. 최상위 지배회사 F&F홀딩스의 현금성자산은 올해 반기 연결기준 약 1850억원(개별기준 약 500억원), 주력 자회사 F&F는 연결기준 약 1265억원(개별기준 약 887억원)이다. 센트로이드PE가 테일러메이드 인수 당시 F&F가 투자한 자금을 회수해 재투자 할 수 있단 점은 고려해야한다.

      센트로이드PE는 2021년 총 17억달러(당시 약 1조9000억원)에 테일러메이드 경영권을 인수했는데, 이 가운데 F&F가 약 6000억원을 투자했다. 예상 매각가가 약 4조~5조원 수준으로 형성될 것으로 가정하면, F&F는 원금의 2배 이상의 차익을 예상해 볼 수 있다. F&F는 테일러메이드 투자원금과 수익금을 합한 1조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쥘 것으로 보이지만 테일러메이드의 몸값을 생각하면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F&F가 재무적투자자(FI)와 손을 잡을 여지는 남아있다. 다만 센트로이드와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는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과연 우호적인 FI를 끌어들일 수 있을까'에 일각의 의구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F&F와 손을 잡으려는 FI 측에선 안전장치를 보다 철저하게 보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일단 F&F가 컨소시엄 형태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F&F는 우선매수권 행사 단계에선 단독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F&F가 최종적으로 인수를 확정한 이후, 조달 구조를 변경할 것인지와는 별개로, 우선매수권 행사 초기단계에서  1조~2조원에 달하는 인수금융 자금을 출자할 금융사는 우리나라에 그리 많지 않다는 평가가 있고, 사실상 메리츠그룹 정도가 거론된다.

      금융기관들의 경쟁 강도가 비교적 약한 상황에선 금리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테일러메이드 주식을 담보로 한 인수금융 금리는 최대 약 8~10% 수준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재 현금흐름이 잘 나오는 인프라성 투자에 대한 인수금융 금리는 약 4~5%에 형성돼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란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F&F가 어떤 담보를 제공해 자금을 조달할지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으나, 일단 우리나라 금융기관들 가운데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곳은 메리츠가 유일한 상황"이라며 "FI의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기 전까진 F&F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최대 10%의 금리로 1조원 이상의 차입을 일으키면 F&F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F&F의 한 해 영업이익이 약 4500억원 규모이기 때문에 감당 가능한 수준이란 평가도 있다.

      환율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할 2021년 당시 원-달러 환율은 1000원대 초반이었으나, 현재는 140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달러를 갖고 있는 외국인 원매자들과 달리 F&F는 환 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F&F가 우선매수권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자금조달에 성공할 수 있을진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확실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만큼 수면 아래 자금 조달 움직임도 점차 빨라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인수를 확정한 이후부턴, 김창수 회장을 비롯한 F&F 경영인들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게 된다. 테일러메이드 경영진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F&F와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이 최대 과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