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베스터데이서 반등 모멘텀 찾을까
주주환원책·보스턴 마케팅에 쏠린 시선
美 대규모 투자 계획 구체화될지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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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뉴욕에서 CEO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한다. 미국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인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차 주가는 통상 불확실성과 노조 리스크가 겹치며 지지부진했는데, 시장에선 이번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외국인 수급을 환기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CEO 인베스터데이를 연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해당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외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 언론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 7월부터 미국 인베스터데이에 참석할 기관투자자 수요를 받아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악재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으로 북미 시장 수익성이 흔들린 데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조 투쟁 강도도 높아졌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계열사가 동시에 단체교섭을 진행 중인데, 어느 한쪽 협상이 늦어질 경우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이번 행사를 통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마련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아, 이제껏 발표된 투자 계획 및 협력 안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투자자들은 조지아주에 입국해 메타플랜트를 시찰한 뒤 뉴욕으로 이동해 인베스터데이에 참석한다. 이후 보스턴으로 이동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방문할 계획이다. 뉴욕에서 열리는 인베스터데이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이어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증권가는 이번 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 전기차 공장에서 어떤 차종들을 생산할지 ▲침체된 전기차 시장에서 회사는 어떤 대응을 이어나갈지 ▲로봇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무엇인지가 기본적인 Q&A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적으로는 뉴욕에서 행사가 열리는 만큼, 주가 측면에서 외국인 수급을 환기시킬 수 있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주가는 외국인 수급에 크게 좌우되는 흐름을 보이는데, 올해 들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한동안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조정된 품목 관세율이 언제 시행될지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해외 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췄는지는 의문부호가 붙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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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뉴욕에서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을 환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뉴욕에서 인베스터데이가 진행되는 만큼, 월스트리트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해외 언론도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며 "행사를 펌핑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인데, 주가 측면에선 그동안 외면되어 왔던 외국인 수급을 환기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주주환원책을 발표해야한단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3년간 4조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고, 올해만 1조3000억원 규모를 집행하겠다 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 소각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움직이려면 주주환원 확대 같은 구조적 변화가 동반돼야 한단 분석이다.
미국 투자 계획은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26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계획은 '깜깜이 투자'란 지적을 받아왔다. 대규모 투자 소식을 쏟아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얼마를 투입하고, 현대차·기아·모비스가 각각 어떤 몫을 가져갈지는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 규모는 커졌지만 세부 집행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분석하기 애매한 호재'란 설명이 많았다. 미국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로보틱스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챙기는 신성장 동력인 데다, 이번 일정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 방문도 포함돼 있어 로봇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공개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회사는 미국에 로봇 공장을 신설할 계획도 밝혔다. 업계에선 로봇 공장 신설 계획을 구체화하며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마케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IPO 계획 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회사는 로봇 사업에 계속해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지난 27일 열린 현대모비스 인베스터데이에서도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에 대한 경쟁력을 설명하고자 했다. 현대모비스가 아직까지 원가적·기술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래 성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이 많다.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신규 사업 확장보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을 어떻게 수익성 있게 운영할지가 중요해 이번 인베스터데이는 그런 방향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어왔으니, 어떻게 변해있을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