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영종·제물포 신설구 금고 노리는 하나은행
청라 본사 이전 앞두고 신한은행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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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이 청라국제도시로의 본사 이전을 가속화하면서 인천 구금고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 그룹 본사가 위치하게 되는 '인천'을 '내부시장'(캡티브 마켓)으로 삼고자 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게다가 구금고 유치는 상징성에 더해 수천억에서 조 단위 예산이 집행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절대적 안정 자금원으로 평가된다. 다만 2007년부터 인천시 금고를 지켜온 신한은행이 굳건히 버티고 있어, 하나금융이 벽을 뚫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인천광역시와 산하 8개 구의 금고는 대부분 신한은행이 맡고 있다. 인천시 제1금고도 신한은행이 맡고 있는데, 취급 예산만 연간 12조3900억원에 달한다. 제2금고는 농협은행이 담당하며 약 2조 원 규모다. 두 금고를 합치면 인천시 전체 예산 집행액의 대부분인 14조원대 자금이 안정적으로 운용된다.
구 단위 금고도 적지 않은 규모다. 부평구와 남동구는 각각 1조원 안팎의 연간 예산을 굴리고, 미추홀구·연수구·계양구 등도 수천억 원대다.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뿐 아니라 예치 안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구 금고 확보가 절대적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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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천시의 8개 구 가운데 서구의 금고만 하나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서구의 예산 규모는 올해 기준 약 1조3000억원 수준이다. 나머지 중구·동구·미추홀구·연수구·남동구·부평구·계양구는 모두 신한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2022년 인천시 금고 지정 입찰 당시에도 경쟁 구도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맞대결로 압축됐지만 결국 신한이 승기를 잡았다. 신한은행은 2007년부터 16년간 인천시 제1금고를 담당해 온 경험이 강점이었고, 지역사회 공헌 점수도 앞섰다. 반면 하나은행은 청라국제도시 개발과 하나드림타운 조성을 내세웠지만, 시 예산 14조 원대 금고를 지켜낸 신한을 뛰어넘긴 역부족이었단 설명이다.
하나금융이 서구 금고를 확보한 것도 청라국제도시 내 하나금융타운 입지를 기반으로 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서구에 하나금융 주요 계열사들이 속속 집결하면서 '지역 기반 기여도' 평가 항목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지만 나머지 구에서는 신한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나금융은 내년 상반기 본사를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2013년 인천시와 하나드림타운 조성 협약을 체결한 뒤, 2017년 통합데이터센터, 2019년 글로벌캠퍼스를 완공하며 '하나드림타운'을 확장했다. 현재까지 약 2800명 규모 인력을 청라에 집결시켰고, 본사 이전과 함께 주요 계열사들도 청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변수는 내년 7월 인천시에 신설될 3개 구다. 중구 내륙과 동구가 합쳐지는 제물포구(예산 약 5000억원), 중구에서 분구되는 영종구(예산 약 4000억원), 서구에서 분구되는 검단구(예산 약 6000억 원대)는 새롭게 금고를 지정해야 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이 세 곳 금고를 반드시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를 '절호의 반격 카드'로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기존 구금고들은 2026년까지가 약정 기간으로, 신한은행의 재약정 가능성이 농후한 반면 신설 구금고는 처음부터 경쟁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구 인근의 검단구와 영종구는 청라 하나금융타운의 인프라 효과를 강조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신한은행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인천시 제1금고만으로도 12조 원 이상의 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각 구에 뿌리내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신규 구금고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룹 차원에서 인천 금고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두는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천 구금고는 단순히 수익뿐 아니라 브랜드·입지·관계 형성 차원에서 은행에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청라 이전을 통해 상징성을 확보한 하나금융과, 20년 가까이 철옹성을 구축해온 신한 간의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