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렸던 금융공기업 인사 눈앞…기대 없고 불안감만
입력 2025.09.10 10:53
    조직개편안 확정…국책은행장 등 인사 대기
    변수는 임명·제청권 가진 '금융위' 해체
    정치권 입김 세지고 기재부 출신 등용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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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 조직개편안이 발표되면서 멈췄던 금융권 인사 시계가 다시 돌아갈 전망이다. 한동안 수장 없이 업무를 진행했던 기관들은 신속한 인사를 기다리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조직 개편에 따라 기관장의 임기가 남은 곳들도 일부 교체가 예상된다.

      업계에선 기대보다 불안감이 크다. 금융위원회가 사실상 해체될 단계에 놓이면서 기관장의 임명권이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에 이어 산업은행 회장까지 '깜짝 인사'가 이어지며 다음 인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전날 산업은행 신임 회장으로 박상진 전 산은 준법감시인을 임명 제청했다. 산은에서 30년간 재직한 '산은맨'으로 최근에는 서부광역철도 부사장을 역임했다.

      산은에서 내부 출신 회장이 탄생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탓에 산은 안팎에선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던 '뉴페이스'로 인식한다. 이재명 대통령과는 중앙대학교 법학과 동문이라는 인연이 있다.

      애초 금융위를 해체하는 방향의 조직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산은 등 공공기관의 인사가 다소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이억원 후보자의 임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병환 위원장이 인사에 나서기는 무리라는 예측도 많았다.

      이를 깨고 산은 회장의 인사가 진행되면서 현재 수장이 비어있는 공기업 등의 인사가 줄이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수출입은행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 등의 수장 임기가 만료됐다.

      다만 업계는 더욱 혼란에 빠졌다. 예측할 수 없는 인사가 이어지면서 새 정부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 이찬진 금감원장에 이어 박상진 산은 회장 내정자까지 예상 밖의 인물들이 임명됐다는 반응이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 회장의 업무 강도가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권에서 포기하기엔 아까운 자리"라며 "이번 인사로 늘 따라붙었던 낙하산 논란을 피하고, 직원들의 사기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은 공기업 인사도 비슷한 방향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이외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계속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이다. 통상 금융위, 기재부 출신 1급 공무원들이 해당 자리를 맡아왔다. 업계에선 조직개편으로 영향력이 확대된 기재부 출신 인사들이 임명될 수 있다고 본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김성태 중소기업은행장도 각각 올해 11월, 내년 1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예보 사장은 대체로 기재부 출신이 맡아왔다. 기업은행장도 기재부 관료 출신이 많았지만, 2010년부터 내부 인사를 등용하는 추세였다. 다만 최근 들어 부당 대출과 노사 갈등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다시 외부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경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정정훈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의 임기는 1년 이상 남아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앞서 정권 교체에 따른 수장 교체 사례가 있었던 만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김경환 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동산 자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정훈 사장은 지난 정부에서 기재부 세제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정은보 이사장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짧게 금감원장 직을 수행했고, 이후 윤 정권에서 보험연구원 연구자문위원을 거쳐 거래소 이사장에 올랐다. 업계에선 정 이사장이 정권에 관계없이 요직을 맡은 점을 볼 때 가장 교체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증권 유관기관에선 윤창현 코스콤 사장(2027년 9월 임기만료),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2026년 3월 임기만료) 등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창현 사장은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았고, 이순호 사장은 같은 캠프에서 경제 싱크탱크에 참여한 바 있다.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비교적 정치색이 덜하다는 평가다.

      직접 수장을 선출하는 금융투자협회와 여신금융협회도 곧 선거 레이스에 돌입한다. 서유석 금투협회장 임기는 오는 12월, 정완규 여신협회장의 임기는 다음달까지다. 차기 금투협회장 후보로는 서유석 현 협회장과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 정영채 메리츠증권 고문,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등이 거론된다.

      여신협회장에는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임영진 전 신한카드 사장,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권 수장들은 정권에 따라 교체되는 게 다반사였고,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에 관심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정책에 따라갈 인물을 전면배치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특히 전문성 없이 보은성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던 기관장들이 우선 교체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