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구조조정 파트너는 GS인데…NCC 감축 동참은 어려운 실정
입력 2025.09.12 07:00
    한몸 출신 LG화학-GS칼텍스…NCC 통합 JV 제안 오가는데
    NCC 공정·지배구조 복잡성 감안하면 쉽지 않은 통합 논의
    준공 3년 MFC와 업계 최상 경쟁력 NCC…손익계산서 복잡
    정부 '수직적 통합' 구상에 발 맞춰도 속도 내긴 어려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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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G화학이 석유화학 구조조정 작업에 어떤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느냐를 두고 업계 시선이 모인다. 한 몸으로 출발했던 GS칼텍스가 유력 파트너로 꼽히지만 공정이나 지배구조상 복잡성을 따지면 납사분해설비(NCC) 감축에 동참하기 쉽지 않다. 정부는 정유-화학사의 수직적 통합을 밀고 있는데 국내 최대 화학사도 쉽게 화답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많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GS칼텍스와 NCC 통폐합에 대한 초기 단계 논의를 재개했다. GS칼텍스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각사가 보유한 NCC 공정을 통합 운영하는 안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연초 쿠웨이트 PIC와의 거래가 틀어지고 잠잠하던 LG화학이 정부 주문에 따라 행동을 재개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GS칼텍스는 지난 2004년 LG와 GS그룹의 계열 분리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LG칼텍스가 전신이다. 여수 산단에서도 LG화학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수준으로 인접한 위치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정유-화학사가 수직적 통합을 논의할 때 LG화학과 GS칼텍스를 잠정적인 파트너십으로 분류해 왔다. 대형 콤플렉스는 정유부터 기초유분, 다운스트림까지 한 단지 내 집적돼 있을 때 효율이 크게 올라간다. 

      GS칼텍스도 LG화학 제안을 흘려 넘기기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된다. 

      GS칼텍스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올레핀 생산공정(MFC)를 확보했다. MFC는 정유사가 공정에서 발생하는 납사를 활용해 NCC 영역에 직접 진출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루트 중 하나다. 해당 MFC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90만톤 규모로 국내 화학사들이 보유한 NCC 라인의 평균적인 생산능력과 맞먹는다. 정유 공정 부산물인 납사를 투입하는 만큼 원가 경쟁력은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기초유분이 공급과잉 상태라면 사업성이 떨어지게 된다. 

      LG화학과 JV 형태로 NCC를 통합 운영하면 다운스트림으로의 확장성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 LG화학은 국내 화학사 중 생산 능력도 1위지만 기초유분부터 중간 원료, 유도품, 스페셜티까지 다운스트림으로의 수직계열화에서도 압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양사가 맞손을 잡고 기초·범용 비중을 낮추고 다운스트림 공정 연계를 강화하면 시너지를 갖출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콤플렉스 공정 설계를 감안하면 이론상 시너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화학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여수나 대산 산단에 위치한 NCC 라인마다 다운스트림 연계 투자를 꾸준히 집행해왔다. 수익성 좋은 SSBR, NBR라텍스 등 다운스트림 제품 생산은 그대로 두고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NCC 가동만 줄이거나 중단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준공한지 3년도 안 된 GS칼텍스의 MFC를 손 대기도 쉽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총론에서 JV를 설립해 NCC 통폐합 비용을 나눠보자고 할 수는 있어도 각론에서 어떤 라인을 어떻게 손볼지 들여다보면 무척 복잡해진다"라며 "LG화학처럼 NCC에 다운스트림, 스페셜티 연계가 고도화한 기업일수록 판단하기 어려워진다"라고 설명했다. 

      양사가 다른 업체들에 비해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장부가 문제에서 눈높이를 맞추는 건 별개일 거라는 시각도 있다. 에틸렌 기준 생산능력이 동일하다고 해도 정유사와 화학사가 구축한 NCC의 생산 품목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차이가 있어 공장 전체의 가치는 달라진다. 단순히 노후 설비냐 신식 설비냐를 따지기도 곤란하다. NCC의 정확한 가치를 산출하려면 붙어 있는 다운스트림 공정 가치까지 합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LG화학이 JV에 공장을 출자한다면 GS칼텍스가 현금을 증자하는 형태로 지배력을 조정해야 하는데 과정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GS칼텍스는 미국 셰브론이 지분 50%를 보유한 합작사라 난도가 한층 더 높은 편이기도 하다. 자연히 정부가 원하는 형태로 생산능력 감축이 가능할까 하는 시선이 뒤따른다. 

      자문시장 한 관계자는 "양사가 통합 결정에 이른다 해도 현실적으로 생산능력을 줄이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도 나온다"라며 "NCC 공장 하나당 100만톤으로 잡고 지역별로 4개를 줄이는 게 겉으론 합리적으로 들려도 산업 경쟁력에 기여하는 바가 각기 다르고, 그간 업체가 들인 노력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업계의 평균적인 구조조정 진행 속도를 넘어서는 깜짝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거란 평이 나온다. LG화학은 경쟁사에 비해 시장성 차입금 차환 일정에도 여유가 있는 편이다. 선제적으로 자산 매각에 나서 두둑한 현금을 확보해둔 데다 자회사 지분 유동화 작업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