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업 영향 받을까"…VC업계도 美 한국인 구금 사태 예의주시
입력 2025.09.18 07:00
    美 방문 잦은 기술 기업들…ESTA 대신 B1 검토
    B1은 상용 출장 가능해…시간·비용 부담은 ↑
    입국심사 강화 우려에…"출입국 텀 관리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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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내 이민 단속으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들이 구금된 사건과 관련해, 국내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망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해외를 방문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유사한 상황에 휘말리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습이다.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출장이 잦은 기업들에 투자한 벤처투자사들이 법무법인과 접촉하며 미국 내 한국인 직원 구금 사태의 여파에 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헬스케어 등 유망 분야 기업들이 해외사와 공동연구, 기술이전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는 사례가 잦기 때문에 혹여 발생할 문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미국 기업으로의 기술이전 경험이 있는 국내 바이오 기업의 한 사업개발(BD) 담당자는 "해외 학회에 참석하거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기 위해 주로 ESTA를 활용해 왔다"면서도 "이번 구금 사태와 관련해 입국 심사가 강화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ESTA 대신 B1 비자를 받아야 하는지, 법적으로 어떤 변수나 위험이 있을지 투자사와 함께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해외 기업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려는 신약 개발 기업은 매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등 주요 글로벌 행사에 참석해 해외 기업들과 1대1 미팅을 진행한다. 해외 기업의 담당자가 기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대면 미팅과 기술 검토로 이어진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 대표, BD 담당자는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하게 된다.

      미국 현지에 법인을 두지 않은 기업이라면 현지 미팅 시 통상 최대 90일 동안 단기 관광 혹은 출장일 때 비자를 신청하지 않아도 되는 전자여행허가(ESTA)를 활용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실이 외교부와 현대엔지니어링,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구금 사태로 현지에서 체포됐던 한국인 직원 317명 중 170명도 이 ESTA를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 입국 심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런 기술 기업들을 중심으로 ESTA 대신 단기 상용(B1) 비자 발급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ESTA는 관광이나 친척 방문, 간단한 미팅을 비롯한 단기 출장을 목적으로 한다. ESTA를 통해 미국을 장기간, 빈번히 방문했고, 방문의 목적이 '업무'라는 점이 특정된다면 입국 심사 과정에서 '업무상 반복 출입국' 등을 이유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민법을 담당하는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ESTA를 이용한 입국 시 기술 미팅이나 계약서 작성 등 업무가 반복되거나 전문 활동의 성격이라면 입국 목적과 관련해 의심, 거부, 귀국 조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계약 논의를 위해 같은 회사 직원 여럿이 입국 심사를 받다 '업무상 반복 출입국', '기술 논의', '계약 협상'이 적발되면서 모두 입국이 거부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B1 비자를 발급받기도 쉽진 않은 상황이다. B1 비자는 상용 출장을 인정하는 비자로, 미국 내 최대 6개월 동안 머물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ESTA와 달리 주한미국대사관의 인터뷰를 거쳐야 하고, ESTA보다 비자 발급에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오늘 비자 발급을 신청하면 인터뷰는 약 한 달 뒤 진행된다. 미국 기업과 갑자기 미팅이 잡혔거나, 해외로 당장 출국해야 한다면 ESTA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다른 법무법인 관계자는 "ESTA를 활용해야 한다면 출입국 주기(텀)를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ESTA로 미국에 2주 동안 머물렀을 경우 암묵적으로 4주는 한국에 머무르기를 권장한다"고 했다. 이어 "기업의 대표라면 B1 비자를 받기 어렵지 않아 업무차 미국에 자주 방문해야 한다면 ESTA와 B1 비자를 모두 받는 것이 낫다"라며 "이번 구금 사태가 아니더라도 관세 이슈가 불거지며 B1 비자를 미리 받으려는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